'2005 대구여성통계'작업을 마치고 특징적인 사항에 대해 '통계로 본 대구여성의 현황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정리한 정책자료를 내놓았더니, 지역사회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가사노동의 공평분담비율'에 관한 것이었다. 이는 남성과 여성이 가사노동을 얼마만큼 분담하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지표이다. 전국평균이 8.1%인데, 대구가 4.5%를 기록하고 있으니 대구남성이 얼마나 보수적이고 무심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드러난 수치 자체만으로도 가히 남성들에게 각성을 불러일으킬만했다. 심지어 어느 언론사에서는"대구 남편들이여 '앞치마'를 둘러라" 는 제목으로 1면에서 다루기도 했다. 지역의 대부분 언론매체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사설이나 칼럼 등에서 언급하였다. 한번은 지역의 한 TV 방송사 토론 프로에 나가 대구남성의 무심함을 통계로 입증하며 이야기했더니"이혼율은 어떠냐?"고 당장 물었다. 이혼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기는 했지만 대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아주 높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자"대구남자들은 그러니까 집안 일만 잘 도와주면 최고의 남자가 될 수 있다"며 스스로 위로했다.
지역의 여성문제에 관심을 두고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 정도로 분위기가 조성된 것에 보람을 느끼며 기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가사노동 공평분담 비율에 있어 11.0%로 전국 1위를 기록한 제주도의 경우 2004년 현재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이 62.3%였다. 이에 비해 대구여성은 50%정도가 일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보면 평균
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비교는 우리에게 두 가지 시사점을 남겨준다. 우선 대구여성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남편들이 집안일을 잘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많이 힘들다는 것이 그 하나이다. 또 한가지는 지역여성들을 위한 생산적인 사회참여기회가 마련되지 않아 남성들이 집안일을 함께해야 할 명분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긴장하는
남편들이 집으로 돌아와 가사 일까지 도울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성이 행복하면 가정이 편안하고, 가정이 원만해지면 지역사회도 번영할 것이다. 지역사회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21세기 지식기반산업시대에 여성인력의 가치를 새롭게 평가하고 있다. 더 나아가 가속화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지역의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여성인력의 활용에 있다고 강조한다. 사실 우리 지역의 여성은 교육을 많이 받았지만, 그만큼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 현실에 있어서 제도상으로는 이미 양성평등 사회의 기반이 다져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람들은 양적인 평등을 넘어 질적인 평등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의 인간개발지수는 높은데 권한척도는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증거이며, 이러한 현상은 중앙에서보다 지방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이제 지역여성이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다는 것이 불평등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어야 한다. 가정 내 여성차별문제도 대구남성들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맞벌이는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마당에 기회만 있다면 가사 일을 분담하면서 함께 일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 지역여성의 차별문제는 양성평등의식과 문화를 확산하는 일에만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결될 수 없는 일이다. 지방행정부의 확고한 정책실행 의지가 있어야만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아무쪼록'2005 대구여성통계'자료를 이용해 많은 문제를 읽어내고 양성평등의
지역사회 건설과 함께 제대로 된 해결책들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미원 대구경북연구원 양성평등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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