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땅

넓은 땅을 갖고 싶은 농부에게 지주가 말했다. 하루 종일 걸어갔다가 해지기 전 돌아오면 그 땅 전부를 주겠노라고. 농부는 쉬임없이 뛰었다. 정신없이 뛰다 보니 너무 멀리 왔다. 자칫하면 헛수고가 될 판이다. 죽을 힘을 다해 제자리로 뛰어온 농부.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는 쓰러지고 만다. 결국 그가 차지한 것은 자신의 관이 묻힌 땅 한 조각뿐. 너무도 유명한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는 소유에 대한 지나친 욕심이 불러오는 허망함과 어리석음을 말해준다.

정부가 땅값 잡기 전면전도 불사할 태세다. 땅 많이 가진 자들에게 세금을 무겁게 물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토지공개념제 검토의 소리도 커지고 있다. 온갖 편법에 달통한 '꾼'들이 정부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있는 판에 이젠 필부필부(匹夫匹婦)들마저 "역시 부동산"이라며 기웃기웃하는 것이 작금의 세태다.

아이들이 땅따먹기 놀이를 할 땐 내땅 네땅 금을 긋고 아옹다옹 다투기도 하지만 해저물녘이면 지금껏 따둔 땅도 미련없이 발로 쓱싹 지우고 웃으며 집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어른들의 땅따먹기에는 욕심의 악취가 진동하고 약육강식의 정글법칙만이 존재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임종을 앞두고 유언을 했다 한다. "내가 죽거든 묻을 때 손을 밖에 내놓아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라." 귀를 의심하는 신하들에게 대왕이 다시 말했다. "천하를 쥐었던 알렉산더도 떠날 때는 빈 손으로 간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오."

한 뼘의 땅조차 없어서일까, 손에 흙 한 알갱이 묻히지도 않으면서 땅 때문에 안달복달하고 땅에 인생을 내거는 사람들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옛말에도 '큰 집에 천 칸이 있을지라도 밤에 눕는 곳은 여덟자뿐이요, 좋은 밭이 만 이랑이나 있어도 하루에 먹는 것은 두 되뿐(大廈千間, 夜臥八尺, 良田萬頃, 日食二升)'(명심보감 성심편)이라고 했거늘... 부가 넘치는 집안치고 재산싸움 나지 않는 예가 드문 걸 보면 그래도 세상은 공평한 것 같다.

"내게 땅 한 평만 있어도 행복하겠다"고 하던 '야생초 편지'의 저자 황대권씨. 틀림없이 그 땅에 야생초를 심고 싶어서일 것이다. 만약 그대에게 땅이 생긴다면 뭘 하고 싶으신지?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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