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화사 8월 6일부터 계율수행 대법회

"깨달음으로 가는 길 멈출 텐가"

'죽이지 말라(不殺生), 훔치지 말라(不偸盜), 음행하지 말라(不邪淫), 거짓말하지 말라(不妄言), 술먹지 말라(不飮酒)….'

불교의 계율은 어렵고 까다로운 것으로 출가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엄정한 가르침인가. 그렇지 않다. 계율은 인간의 모든 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생활규범이다. 인간의 여러가지 갈등구조를 푸는 가장 적합한 방편인 것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사 동화사가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란 이름의 '계율수행 대법회'를 연다. 8월 6일부터 10월 9일까지 모두 10회에 걸쳐 통일기원전에서 개최될 이번 법회는 물질만능이 팽배하고 말초적인 문화와 비윤리적인 행태가 판을 치는 21세기 우리 사회의 현안을 푸는 열쇠는 바로 '계율'임을 확인하는 자리다.

계율은 수행자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행위이며, 수행 공동체가 요구하는 규범이기도 하다. 이같이 중요한 계율을 오늘날에는 출가자나 재가자나 소홀히 여기고 간과하는 경우가 적잖다는 게 불교계의 반성적인 목소리이다. 계율을 공론화 한 대중법회 또한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매주 토요일 오후 3~6시에 열리는 동화사의 이번 계율수행 대법회는 그런 점에서 최초의 대중법회를 통한 계율의 근본적이고도 총체적인 공론화의 장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법회가 계율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시키고 승풍을 진작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불교계의 예측이다.

특히 이번 계율수행법회는 2002년 백고좌 법회와 2003년 화엄론강, 2004년 담선대법회의 경학과 간화선 발제와 논쟁에 이은 완결편의 의미도 지니고 있어 불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법회에서는 계율의 성립과정에서부터 남방불교와 불방불교의 계율, 경전 속에 나타난 계율정신과 재가자의 지계정신 그리고 한국불교의 계맥이 어떻게 전승되어 왔는지를 살피고, 계율정신에 의한 우리 불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율장정신의 현대적인 의미까지 구현한다.

일반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여겨지는 계율을 재가자의 눈높이에 맞추고 일반대중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각 법회마다 질의자를 둔 것도 이번 법회의 특징. 법문이 끝나면 불교계의 대표적인 율사 스님과 대학의 철학·윤리·사회·문화 전공 교수들로 구성된 논찬자들이 청중을 대신해 질문을 하고 논주 스님이 답을 하는 쌍방향 법회로 진행된다.

논주 스님으로는 종진(해인총림 율주), 마성(팔리문헌연구소장), 혜능(해인총림 율원장), 지운(동화사 강주), 법혜(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철우(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각묵(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경성(중앙승가대 강사), 지관(가산불교문화연구원장) 스님 등이 법회를 이끈다.

10월 9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회향은 보살계 수계법회로 봉행한다. 수계법회의 증명 법사인 보성 스님(조계종 전계대화상)은 "수계(受戒)는 단순히 계첩을 받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과 혹은 나자신과의 지계(持戒)의 약속이며 또한 그 약속의 실천"이라며 "수계법회가 마음의 평온을 찾고 참 나를 발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동화사 주지 지성 스님은 "계율에는 인간의 생명존중과 빈곤, 낙태, 인권, 평화 그리고 사회적 규범인 윤리적 사고와 도덕적 삶의 가치, 지구환경 문제 등 인간의 모든 문제가 다 포함되어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올 여름 계율무차대법회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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