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검·경의 '영장 문구 다툼'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검찰과 경찰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검찰이야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가장 좋은데 경찰이 자꾸 권한을 나눠 갖자고 하니 기분 좋을 리 없고, 경찰은 같은 수사기관끼리 지시와 감독을 받아야 하는 사실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러다 보니 수사권 조정에 대한 홍보전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의욕이 앞선 일들이 자주 국민의 눈에 비친다. 수사권 조정에 관한 문제는 수뇌부나 태스크포스팀에서 하고 일선에선 민생치안과 법 정의 실현에 주력하면 좋을 텐데 사사건건 부딪히는 형국이다.

서로 국민에게 자신의 주장을 알리고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조직 이기주의와 상대 조직에 대한 흠집내기로 해석될 때는 국민이 외면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20일 대구 달서경찰서가 대구지검에 신청한 구속영장 서식을 놓고 갈등을 빚은 문제만 해도 그렇다. 법무부령 사법경찰관리 집무관리규칙에는 구속영장 서식이 구체적으로 명시가 돼 있다. 경찰은 검찰에 영장 신청을 할 때 '구속영장을 청구해 주시기 바랍니다'로, 검찰은 법원에 '발부해 주시기 바랍니다'로 쓰도록 돼 있다. 이런 양식이 다량으로 일선 경찰서에 배포돼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 검찰의 하부조직이 아니라 대등한 관계이므로 '영장발부를 청구 바람'으로 하는 등 그동안 관행처럼 써오던 극존칭을 쓰지 말도록 지시했고 달서경찰서가 이 지시에 따라 새로운 서식을 만들어 영장신청을 했다가 문제가 된 것. 경찰은 대통령령에 서식이 사리에 맞지 않을 때는 바꿀 수 있도록 돼 있는 규정을 들어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극존칭을 쓰라는 것이 아니라 법령에 명시된 양식과 용어를 사용하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권위적인 방식으로 무리하게 서식 정정을 요구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과 수사권 조정과 관련돼 해석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눈에는 수사권 조정에 따른 문제로 해석되는 측면도 있다.사실 이번 사안은 법조문을 따질 일이 아니라 기관 대 기관의 문제다. 기관끼리는 서로 상대방에 대해 존중을 해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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