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유회사 유노콜 인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 줄다리기가 본격적인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됐다. 유노콜 이사회는 미국 석유회사 셰브론이 인수 가격과 조건을 당초 제시했던 것보다 상향 조정한데 대해 '주주들에게 받아들이도록 권고하겠다'는 사실상 수용의 뜻을 밝혔다.
셰브론은 지난 4월 유노콜을 현금 비중 25%로 167억달러에 인수키로 가계약했던것을 주당 2.5달러 가량 높인 174억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금 비중도 40 %로 높였다.
셰브론의 인수조건 상향조정과 유노콜 이사회가 수용 방침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유노콜 인수전에 치고 들어온 중국해양석유(CNOOC)측은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21일자는 셰브론이 인수 가격을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CNOOC가앞서 제시한 금액인 185억달러가 셰브론에 비해 여전히 주당 4달러 가량 높은 수준임을 지적했다. 더군다나 100% 현금지급 조건이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로이터는 CNOOC 이사회도 필요할 경우 주당 최고 2달러까지 인수 가격을 높일수 있는 재량권을 푸청위(傅成玉) 사장에게 부여한 점을 지적하면서 CNOOC가 쉽게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펜하이머에서 유노콜 문제를 담당해온 파델 게이트 애널리스트는 AP에 "CNOOC 가 인수전에서 빠지기에는 너무 늦었다"면서 "이제 상황은 단순한 기업 인수전이 아닌 '중국 공산당의 자존심' 문제로 비화됐다"고 말했다. CNOOC는 중국 당국이 7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홍콩 소재 애틀란티스 인베스트먼트의 펀드매니저 양 리우도 월스트리트 저널에"더 이상 돈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돈만이 문제라면 CNOOC가 얼마든지 인수 가격을 높일 수 있겠으나 이제는 본격적인 정치적 사안이 됐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 의회에서 CNOOC가 유노콜을 인수하는데 대한 반감이 크다는 점을 중국측이 잘 알고 있다면서 따라서 셰브론을 따돌리기 위해 CNOOC가 인수가격을 높이는데 따른 정치적 위험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CNOOC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푸사장이 인수 가격을 올리는 대신 25억달러를 별도 제시한 상태라고 전했다.
즉 유노콜 주주들이 CNOOC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가 미 당국으로부터 승인받지 못할 경우 이 돈으로 '보상'한다는 것이다. CNOOC는 앞서 인수 가격을 제시하면서 셰브론과 계약을 파기하는데 필요한 위약금 5억달러도 포함시킨 상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CNOOC가 현 단계에서 인수 가격을 올리는 대신 유노콜 주주들을 직접 설득하는 쪽으로 접근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 당국이 CNOOC의유노콜 인수를 결국 인정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주들에게 심어주려는 노력에 초점을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노콜 주주들은 8월 10일(현지시각) 셰브론 혹은 CNOOC를택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유노콜 인수건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은 로이터에 "유노콜 주주 입장에서는 정치보다는 돈이 우선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따라서 "CNOOC가 여전히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 당국이 제동을 걸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갖는다면 당연히 CNOOC 손을 들어줄 것으로 중국측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유노콜 주주총회가 CNOOC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할 경우 미 당국이90일안에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이 경우 워싱턴측의 판단에 향후 미중 관계를 포함한 '비경제적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노콜 인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 줄다리기가 바야흐로 본격적인 자존심 대결로 비화된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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