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접 부딪치며 진로 찾아요"

고교생 현장 직업체험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진로를 찾았습니다."

19일 오후 2시, 대구보건대학 뷰티플라자에서는 미용 관련 학과에 관심이 있는 9명의 고교생들이 서로 머리를 감겨주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평소 미용실에서 서비스를 받을 때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사람 머리가 보통 무거운 게 아니었다. 학생들은 "미리 강의를 통해 충분한 설명을 들었는데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학생들은 하루 종일 보건대에서 머리 감기기 실습과 헤어드라이, 피부타입별 화장품 제조, 아로마 향초 만들기, 특수분장의 일종인 손가락 모형뜨기 등을 체험해 보며 자신의 진로를 탐색했다.

같은 시간 경북대 수의학과 동물병원에서는 학생 7명이 개의 혈액을 채취해 성분 분석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은 개의 앞발을 손으로 꾹 눌러 혈관을 부풀어 오르게 한 뒤 혈액을 채취하는 장면을 들여다보면서 꼼꼼하게 질문을 던졌다.

대구교육과학연구원이 올해 처음 기획한 '고교생 직업현장 체험학습' 프로그램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은 열정으로 가득했다. 지난 18일부터 4일간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연구원과 진로투어 연구회 소속 일선 교사들이 힘을 합쳐 대구시내 1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실적인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방학 프로그램이지만 100명 모집에 3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려 진로에 대한 학생들의 고민을 보여줬다.이영하(49·사대부고) 교사는 "사회적 편견이 뿌리깊은 탓인지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분야는 의료·보건, 법률·회계, 경영·IT 순으로 나타났다"며 "소신이 강한 학생들은 애견이나 뷰티학과를 지원하는 경향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직접 자신의 미래를 눈으로 확인하고픈 학생들의 열망은 뜨거웠다. 김준희(19·상원고 3년)군은 "공무원이 되라는 부모님 요구와 헤어디자이너가 되고픈 제 욕심 사이에서 방황했는데 이번 체험을 통해 헤어디자이너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며 "부모님을 설득해 꼭 미용학과로 진학할 계획"이라고 했다.

수의학 체험에 나섰던 석선(18·상서여자정보고 2년)양도 마찬가지. 석양은 "개를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동물병원을 돌아보고는 수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성적이 걸림돌인데 오늘밤부터라도 계획을 세워 공부에 몰두하겠다"고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정숙 교육과학연구원 연구사는 "학생들의 참여도와 반응이 너무 좋아 앞으로도 행사를 계속할 계획"이라면서 "차츰 규모를 늘려 더 많은 학생들에게 올바른 직업 선택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 '고교생 직업현장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고교생들이 19일 대구보건대학 뷰티플라자에서 서로 머리를 손질해주며 자신의 진로를 탐색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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