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대구트롬본앙상블

새로운 길을 열어 가려면 늘 고단함이 뒤따른다. 한 분야에서 밑돌을 놓는 일은 잘 닦아 놓은 길에 비해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들고 성과도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트롬본앙상블. 트롬본이라는 단일 악기로만 연주하는 무대를 통해 트롬본 대중화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모임이다. 트롬본은 아직 일반인들에게 낯선 악기다. 성악가에 비유하면 트롬본은 테너에 해당된다. 같은 금관악기 중에서 소프라노 격인 트럼펫, 알토인 호른과 튜바(베이스)의 중간 음역을 갖고 있다. 종류도 테너, 베이스 외에 알토, 콘트라베이스 트롬본 등 다양하다.

슬라이드로 음을 조절하는 트롬본은 비교적 전 음역에 걸쳐 동일한 음색을 낸다. 저음역에서는 매우 부드러운 소리를 만들어 내며 높은 음역에서는 긴장감과 흥분감을 고조시킨다. 피아니시모(매우 여리게)부터 포르테시모(매우 세게)까지 넓은 표현력을 갖고 있어 다른 악기와 조화도 잘 이룬다.

대구트롬본앙상블은 트롬본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널리 알리자는 뜻에서 지난 1998년 이건형(현 대구시향 수석), 권오선, 최희목, 정숙경, 이태명, 권외석 등 8명의 전문연주자와 전공 학생들이 구성한 단체다. 현재는 대구시향, 김천시향, 포항시향 등에 몸 담고 있는 연주자뿐 아니라 독일 베를린국립음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국립음대를 졸업한 신인들과 계명대, 경북대, 영남대, 대구가톨릭대 학생 등 18명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트롬본앙상블이 걸어온 발자취를 보면 트롬본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는 단원들의 노력을 더 쉽게 알 수 있다. 재능 있는 트롬본 연주자 발굴·육성을 위해 창단 이후 매년 여름음악캠프를 열고 있다. 단원들은 경남 시골의 산장을 빌려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 마스터클래스, 독주회, 발표회 등을 진행한다. 올해도 24일부터 30일까지 여름음악캠프가 예정되어 있다.

창작음악 발전을 위해 매년 새로운 곡을 위촉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달서구첨단문화회관에서 열린 정기연주회에서는 강문칠 제주음협 회장이 작곡한 '이방인과 고향'을 선보였다.

또 매년 9~12월 사이 정기연주회를 갖고 있으며 정기연주회 결과를 음반으로 남기고 있다. 올해는 9월 11일 봉산문화회관에서 제8회 정기연주회를 열 예정. 음악감독 이건형씨는 "대구트롬본앙상블은 전국 10여개 트롬본앙상블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라고 자랑했다.

중·고교 초청 연주회와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청소년 정서함양과 시민들과 함께하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대구트롬본앙상블이 무대에 설 때 가장 비중을 두는 부분은 청중과의 공감대다. 오케스트라와 달리 한 악기로 구성되어 있어 연주회가 자칫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대중가요, 영화음악 등을 많이 들려주고 있다. 구미예총 주최로 20일 오후 구미시 구평동 부영아파트에서 열린 음악회에서는 대중가요 '어머나', '사랑은 아무나 하나', 영화 '시스터 액터' 주제곡 등을 불러 관객들로부터 아낌 없는 갈채를 받았다.

앙상블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트롬본 대중화와 함께 전용 연습실도 시급하고, 창단 10주년 행사로 전국 트롬본 연주단체들이 모이는 '트롬본 축제'도 기다리고 있다. 관객들에게 보다 다양한 음색을 들려주기 위해 알토, 콘트라베이스 트롬본도 필요한 형편이다. 하지만 꼭 이뤄야할 꿈이 있기에 이들은 무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청중들에게 트롬본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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