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기부 도청 테이프' 공개 파문

"언론사주·재벌간부 대선자금 논의"

김영삼 정부 시절 당시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가 비밀도청팀을 운영하면서 유력 인사들의 사적 모임까지 극비리에 도청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MBC와 KBS는 21일 1997년 대통령 선거 직전 당시 안기부가 도청한 대기업 고위임원과 중앙언론사 고위인사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와 녹취록을 공개했다.

MBC는 "97년 9월9일 모 호텔 일식집에서 중앙일간지 사주와 대기업 고위인사가 비밀회동을 갖고 나눈 대화 내용이 녹음된 테이프를 입수했다"며 "테이프에는 대선판세 정보, 여당후보에 대한 수십억 원 지원 계획, 야당후보 접촉 사실이 담겨 있다" 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테이프 내용은 98년 세풍사건(국세청 대선자금 모금사건)에서도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여당 후보와 야당 후보를 오가며 로비를 벌인 내용이 담겨 있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수백만∼수천만 원씩 떡값을 제공할 유력인사 리스트도 포함돼 있다"면서 "리스트에는 정치인뿐 아니라 전·현직 검찰 고위관계자들도 들어 있다"고 전했다.

KBS도 97년 대선 직전 모 대기업 간부와 신문사 간부의 대화 녹취록을 입수했다며 "이들은 대선후보들에 대한 자금전달 방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유력 후보였던 모 후보는 이 기업에 30억 원을 요구했고 다른 후보는 10억 원을 요구했지만 이 기업은 유력 후보에게 먼저 자금을 줄 것을 논의했다. 두 명이 15억 원을 운반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30억 원은 무겁더라며 백화점 지하주차장을 후보 동생에게 (돈을) 건넬 약속장소로 정했다"고 KBS는 보도했다.

또 "기업 임원이 '지금 분위기에서는 모 후보가 안될 것 같다'고 걱정하자 언론사 간부도 이에 동조하고 자신의 회사에 있다가 모 후보 쪽에 합류한 사람을 통해 8억 원을 전달했다는 말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방송은 "언론사 간부는 YS(김영삼 전 대통령) 임기 중 김현철씨를 제외한 전원을 석방할 것이니 회장께 보고하라며 각종 정보를 전달하고 대선과 관련한 경쟁언론사의 동향도 전했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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