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에게 여름은 유달리 가혹하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폭염은 나이 든 팔 다리를 더 지치게 한다. 겨우 한 뼘 될만한 그늘을 찾아 쉬고 있다 보면 무기력감에 맥이 빠지기 십상이다. 입맛도 없다. 그러나 마냥 선풍기 앞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일. 가벼운 운동이나 평소 하고 싶었던 취미활동을 하며 '쿨'(Cool)한 여름을 보내는 어르신들이 있다.
◇인라인, 우리도 탄다
서동일(63·경북외국어테크노대 영상영화학과) 교수는 경력 3년의 인라인 마라토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애들마냥 무슨 인라인이냐 싶지만 타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인라인 바퀴가 매끄러운 마찰음을 내면서 아스팔트 위를 '비행'한다. 알고 보니 그는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인라인 교실 수강생들로 이뤄진 동호회 'G2I'(Green Green Inline. 환경을 생각하는 인라인)의 초대회장. 지난 2003년 겨울 딸과 사위가 사이좋게 타는 모습에 호기심 반으로 처음 '바퀴 달린 신발'을 신은 것이 인연이 됐다.
"혼자 타다가 넘어지기도 여러 번 했었어요. 그런데 3개월 강습을 받고 요령을 익히니까 이것만한 운동도 없는 것 같아요. 내리막길을 휙 달릴 때 느끼는 속도감은 어느 운동에 비할 바가 아니죠."
청년 시절부터 테니스, 등산 등 여러 가지 운동을 경험했다는 그는 보기와는 달리 노년층에게도 안전하고 유익한 스포츠라고 말했다. 우선 심폐기능과 근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인라인을 타고부터 등산을 할 때도 어느 틈에 젊은이들보다 앞장서게 됐다. 수요일에는 두류공원에서 금요일에는 월드컵 경기장에서 인라인을 탄다.
그런 그는 기어코 욕심을 냈다. 지난 겨울 3개월 동안 인라인 선수출신 전문강사로부터 인라인 마라톤 강습을 받은 것. 토끼 뜀 뛰기, 산 오르기, 계단 오르기 등 젊은 사람 못잖은 강훈련을 받았다. 그는 올해 6차례나 인라인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무리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나이든 사람도 마음은 젊은이들과 똑같다"며 "30분 운동하고 10분 쉬고, 젊은이들 스무 바퀴 돌면 나는 열 바퀴 도는 기분으로 운동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안 달려보면 기분 몰라요
권일규(62·대구생활체육협회 육상연합회 고문)씨는 오후 6, 7시가 되면 가게 문을 닫고 가벼운 트레이닝복, 운동화 차림으로 북구 서변동 집 인근의 자전거 도로를 달린다. 채 식지 않은 아스팔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열로 금세 몸이 더워지지만 경쾌한 바람에 식히는 땀은 청량제처럼 시원하다.
"땀이 비 오듯 흐르면 몸은 오히려 가뿐해집니다. 덥다고 선풍기 앞에만 있으면 이런 기분 절대 모르죠." 자전거 대리점을 하는 권씨는 30년 '마라톤 맨'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길 위를 달렸다. 30년 전 대구시 '노장 마라톤'이 첫 출범할 당시 서른 살 '막내'로 달리기 대열에 끼었는데 어느 틈에 자신도 희끗희끗 머리가 센 노장이 됐다. 그래도 마음은 청춘이다. 새벽 5시30분에서 7시까지, 새벽에도 달린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력질주나 풀코스 마라톤은 무리예요. 빠르게 걷기부터 시작하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요. 환갑 넘어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습니다." 수영, 자전거타기, 배드민턴 여러 종목의 운동에 도전했다는 그는 그래도 달리기가 가장 좋은 운동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올해 권씨가 출전한 마라톤 대회만도 7개. 10km, 하프 마라톤, 풀코스 마라톤 체력이 닿는 대로 30년간 달리고 또 달렸다. 대회 참가 때마다 받은 기념 티셔츠가 수도 없다. "'앉아 있어도 더운데 나가면 뭐하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일주일만이라도 시간을 정해 달려보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이런 곳도 있어요
여름철이 무료한 어르신들이라면 가까운 노인복지회관을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원한 교실에서 더위도 식히고 유익한 강좌를 골라잡아 들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대구시가 지원하는 구별 노인복지회관 이외에도 다양한 노인교육 프로그램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남구 대명9동 대덕노인복지회관(621~9522)은 1일 400여 명의 노인들이 찾을 정도로 큰 인기다. 수강생은 수시 모집.
'한글 교실' '일어교실' '영어교실'에서부터 '인터넷교실' '기체조' '탁구교실' '요가' '우리춤 체조' '노래교실' '국악교실' '서예교실' '스포츠댄스' '수지침교실' 등 수 십 가지의 강좌가 마련돼 있다. 자원봉사자로부터 발 마사지, 안마, 물리치료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이곳 김명진 담당은 "60대 후반에서 70대 중반 어르신들이 가장 많다"며 "친구도 사귈 수 있고 유익한 교육도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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