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 시절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비밀도청조직 '미림'이 불법 도청한 테이프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될 경우진위공방과 별도로 치열한 법리논쟁도 예상된다.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알권리 및 표현의 자유와 기본권 보장 부분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먼저 도청내용이 담긴 테이프에 등장하는 대기업 관련 인물들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창으로 내세워 언론사를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제16조 1항 2호에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불법행위인 도·감청으로 만들어진 녹음 테이프 내용이 공개될 경우 개인의 명예를 크게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규정이다.
따라서 언론사는 '미림'의 대화 내용을 도청했다는 녹음테이프 내용을 공개하는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불법 녹음테이프를 유출한 전 안기부 직원 외에도 이를공개 누설한 언론사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진실한 사실을 순전히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알린 경우까지 처벌한다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가 부당하게 제약받게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의 '정보 공개'에 대한 처벌 조항은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법률로 위헌의 소지를 갖고 있다는 게 반론의 근거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가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현 주미대사) 등이 MBC를 상대로 법원에 낸 녹음테이프 내용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방송 자체를 금지하기는 곤란하지만…세부사항은 방송국이 결정할 문제이다"라고 언급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 알권리가 개인 기본권의 본질을 침해해서는 안되겠지만 녹음테이프 내용 공개가 '알권리를 위한 정당한 행위였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면책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정당한 행위였느냐 하는 것이 초점일 것이다. 법 조문에 위배된다고 해도 국민의 알권리 차원의 공공성이 더 크다면 정당한행위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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