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시원하시죠?" "군인 양반 때문에 기분이 너무 좋구먼..."
뜨거운 햇살이 백사장을 달군 22일 한낮의 구룡포해수욕장. 해병대 상륙지원단 장병들이 포항시 대잠동 성모자애원 내 햇빛마을에 거주하는 치매노인과 장애인 등 200여 명의 노인들을 모시고 한바탕 시원한 물놀이를 즐겼다.
장병들은 노환과 질병 등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 외출이 힘든 노인들을 위해 하루 동안 '손자'가 돼 햇빛마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바닷가로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왔다.
장병들은 노인들을 한 명씩 맡아 고무튜브에 태우고 바닷물에 빠지지 않도록 하며 물놀이를 도왔다. 바닷물로 들어간 노인들은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물장구를 치며 즐거워 했다.(사진)
허노칠(81) 할아버지는 "실내만 있다가 모처럼 바다에 와서 군인 양반들 도움으로 물놀이를 하게 돼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나온 노인들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고 두꺼비집을 만드는 등 오랜만에 어린시절로 되돌아간 듯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성모자애원에서 준비한 쇠고기 국밥으로 점심을 드신 노인들은 장병들과 자원봉사자 간 닭싸움 대결에 힘찬 응원전을 펼쳤으며 장병들이 준비한 레크리에이션을 보며 흥겨운 하루를 보냈다.
하루동안 어르신들의 손자가 된 안희성(21) 상병은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바닷가 나들이를 통해 즐거워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 더 잘해 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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