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일장학회 헌납·경향 매각 박정희 지시"

국정원 진실위 발표…중정 주도적 개입

1962년 부일장학회 헌납사건은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언론장악 의도에 의해 발생했으며 중앙정보부가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향신문 강제 매각 의혹사건도 김형욱 중정 부장의 지시에 따라 부당한 압력이 행사됐으며 종합적으로 볼 때 박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추진, 실행된 것으로판단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진실위.위원장 오충일)는 22 일 국정원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부일장학회 헌납 및 경향신문 매각에 따른의혹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진실위는 "부일장학회 및 부산일보, 부산문화방송, 한국문화방송과 경향신문이중정의 강압에 의해 헌납 또는 매각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합당한 시정조치가필요하다"면서 "부일장학회의 후신인 정수장학회를 재산의 사회환원이라는 고(故)김지태씨의 유지를 되살릴 수 있도록 쇄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향신문에 대해서도 "군사정권을 비판하다 정권 탄압을 받아 매각당한 경향신문의 활동을 재평가하는 한편 피해 언론인의 명예회복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경향신문이 사옥의 토지 임대료 지불해야 하는 등 큰 손실을 입어 온 만큼 손실보전방안을 강구할 사회적 공론화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부일장학회 헌납 및 경향신문 매각 과정이 강압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앞으로 부일장학회를 이은 현 정수장학회 재산의 사회환원 문제와 경향신문에 대한 손실보전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등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진실위는 부일장학회 헌납과정에 박정희 의장의 개입 여부와 관련, "당시 중정부산지부장이 한때 박 의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고 이 지부장이 박 의장으로부터 지시받기 직전에 작성된 부산지부의 실태보고서에는 김지태 사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박 의장에 의해 수사대상이 되어 구속됐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진실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중정 부산지부는 1962년 4월20일께 귀국한 김사장을 부정축재처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했으며, 김 사장은 구속상태에서 5월25일 최고회의 법률고문이던 신직수씨에게 포기각서를 제출한데 이어, 6월20일에는 고원증 전 법무장관이 작성해온 기부승낙서에 서명 날인했다.

진실위는 "중정 부산지부는 부정축재 척결을 빙자, 김지태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실시하는 등 국가 형벌권을 남용했고 수사과정에서 국가재건최고회의와 중정 본부가 재산헌납을 유도하여 물목을 접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김씨가 구속상태에서 작성한 기부승낙서 등 문건 7건에 대한 문서감정 결과, 기부승낙서의 서명이 김 사장 본인을 포함해 3명이 서명을 했고 기부승낙서 날짜도 '六月 二十日'에 한 획을 가필, '三十日'로 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실위는 "김지태 사장의 재산헌납은 구속수감 상태에서 강압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중정은 수사권을 남용해 재산헌납 과정에 개입했고 신직수와 고원증 등 국가재건최고회의 관련자들은 박정희 의장 지시로 헌납받은 재산을 5.

16장학회로 이전했다"고 설명했다.

진실위는 경향신문 매각 배경과 관련, "1964년 경향신문의 대정부 비판 기사가계속되자 경향신문 관계자 10명에 이어 이준구 사장도 구속했다"면서 "박 정권은 이사장이 풀려난 뒤에도 논조 변화가 없자 김형욱 부장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경향신문에서 이준구가 손을 떼게 하라'는 지시를 받고 강제매각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 사장의 구속 수사를 담당했던 중정 길 모 부국장은 이 사장의부인인 홍연수씨에게 "이준구를 사형시킨 후에 정신을 차리겠느냐, 죽여버리겠다"는협박을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고 진실위측은 전했다.

경향신문은 그 후 1966년 1월 경매에 부쳐졌고 박 대통령과 동향으로 단독 입찰한 김철호 기아산업 사장에게 낙찰됐으며 그 과정에 김형욱 부장의 지시에 따라 대공활동국, 서울분실, 감찰실 등 부서들이 경쟁적으로 이 사장 부부를 압박하는 등매각에 개입했다고 진실위는 설명했다.

김철호 사장은 1966년 4월 주식을 양도받은 후 박정희 대통령의 요구로 경영권은 1950년대 부산일보 사장을 지낸 박찬현 제헌국회의원에게 넘기고 주식의 50%를박 대통령에게 바친데 이어 1969년에는 신진자동차측에 주식을 모두 양도했다.

이후 경영난이 심화되자 박 대통령은 1974년 문화방송 사장에게 경향신문과 통합할 것을 지시, 결국 경향신문도 5.16 장학회 소유가 됐다고 진실위는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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