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청 테이프' 거론 정치인 처벌 가능할까

대가성 입증시 특가법상 뇌물죄 적용할 수 있을 듯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여야 대선 후보에게 거액의 불법 정치 자금이 건네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관련자 처벌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모기업과 중앙언론사 고위 관계자들의 대화가 도청에 의해 녹음된 테이프를 입수한 MBC는 22일 밤 9시 뉴스를 통해 대선 후보들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이 전달됐음을 짐작케 하는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MBC는 대선 당시 후보와 이들에게 돈을 전달한 정치인 등의 이름이 도청 테이프에 여러명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검찰이 불법 도청 사건을 정식으로 수사하게 된다면 우선 이들에게 적용할 수있는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

그러나 정치자금법은 공소시효가 3년이어서 실제 거액의 정치자금이 오고갔다하더라도 처벌은 불가능하다.

도청 테이프에 등장하는 대기업이 모 자동차회사를 인수하려는 목적으로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넸다면 관련자들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특가법 뇌물죄는 뇌물 액수가 5천만원 이상이면 공소시효가 10년이어서, 금품을받은 시점과 액수에 따라 시효가 남아 있을 경우 혐의만 입증하면 처벌하기가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그렇지만 뇌물죄는 명백한 대가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시 정국이 선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금품을 받은 게 사실이더라도 이를 정치자금으로 볼지, 뇌물로 볼지를 두고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점도 수사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건네진 떡값도 사실로 드러나면 '대가성' 입증을 전제로특가법 뇌물죄 조항을 적용해 공소시효에 따라 처벌도 가능하지만 대가성을 밝히는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 보도만을 근거로 지금 단계에서 수사 전망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고소, 고발이 들어오더라도 신중한 법리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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