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숲 찾아가기/글·사진 숲과문화연구회/도솔 펴냄
숲은 인간의 삶에 필요한 많은 것을 제공하고 있다. 의식주 해결에서부터 정서 순화와 심리적 안정, 지구 온난화 방지, 온도 조절에 이르기까지 숲이 주는 혜택은 돈으로 환산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숲의 소중함을 알고 숲을 가까이 하며 생활했다. 영주 소수서원의 선비들은 자연속에서 휴식하며 학문하는 즐거움을 이어갔고 오대산 월정사 스님들은 풍치보안림으로 지정된 월정사 일대 숲을 보전하기 위해 어린 나무를 키워 옮겨 심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며, 월정사 입구 도로를 포장하지 않은 채 놔두고 있다.
산업화,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고 싶은 욕구 또한 커지고 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원시자연을 찾게 된다. 숲을 찾아 나서는 길은 홀가분해서 좋다. 꼭 올라야 할 봉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켜야 할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의 흔적을 가능한 남기지 않겠다는 마음가짐과 꽉 찬 머리를 적당히 비울 수 있는 정신적 여유, 오관을 활짝 열고 숲을 받아 들일 수 있는 정서만 있으면 된다. 이렇게 떠난 숲 여정에서 우리는 기대한 것 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맑은 공기와 바람, 시원한 계곡 물소리, 끝없이 이어지는 푸른 나무들은 보는 것 만으로도 휴식을 제공한다. 숲의 역사와 생태, 가치를 인정하고 거기에 작은 깨달음까지 얻는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팍팍한 일상을 떠나 자연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 자연 탐방을 떠나려는 학교나 단체에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된다. 우리나라 최고의 숲 전문가들이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숲 24곳'을 골랐다. 이들 숲에 얽힌 역사와 숲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동·식물은 물론 바람소리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숲과문화연구회는 산림자원학과 교수,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 산림생산기술연구소 연구원, 생명자원연구소 연구원, 한국식물연구회원 등이 모여 만든 모임. 우리 숲을 알리고 보존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숲을 사랑하고 우리 숲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역사·문화적, 환경적, 생태적으로 가장 의미있고 아름다운 숲으로 우리를 이끈다.
조선왕조가 한 종류의 소나무만 500여년 동안 보호해 중부 서해안 지방에서 가장 혈통이 좋은 소나무를 만날 수 있는 안면도 솔숲, 도토리가 비 오듯 떨어지는 청계산, 산삼의 기운이 느껴지는 가리왕산, 한반도를 마무리하는 땅끝마을 해남 대흥사, 서울의 남쪽 정원 관악산, 하늘의 산책로 한라산, 일만이천봉 절경을 품고 있는 금강산, 우주적 공간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는 지리산, 원시림이 펼치는 천혜의 숲세상 울릉도의 감춰진 절경과 비경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또 천재화가가 머문 상록수림과 동백숲 진도 첨찰산, 흰 양의 전설이 깃든 백양사, 동백꽃 노래에 눈물나는 선운산, 호국의 얼이 서려 있는 아늑한 숲 남한산성, 도심 속에 있으면서도 조선 왕조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창덕궁 후원, 신선이 거닐었다는 오봉산, 새벽 이슬 맞으며 산책하기 좋은 오대산 전나무 숲길, 위대한 세계문화유산을 품은 가야산, 윤선도의 문학과 풍류가 서려있는 보길도, 겨울에 제 맛이 나는 계방산, 하회탈춤의 형상을 닮은 숲 만송정, 최고의 학자이자 최초의 조림가 최치원이 만든 함양 상림, 미학을 간직한 대관령 휴양림 소나무 숲길, 생명의 보물 창고 안산 갈대숲도 만날 수 있다.
숲 구석구석 거니는 기분으로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 영혼이 숲의 일부가 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숲에서는 조상의 얼을 느끼고 혹독한 외부환경에 맞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자신을 지켜낸 숲에서는 생명의 경외감을 맛볼 수 있다. 저마다 지닌 숲의 고유한 가치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봄으로써 나무와 숲을 보존해 자연을 살리는 일이 결국 인간을 살리는 일임을 알게 해준다.
숲에는 자연의 살아있는 음악이 있고 자연의 청정한 향기가 있으며 자연의 넘치는 기운이 있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곳에서 피로한 심신을 달래려는 도시인들에게 숲은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책에는 숲 탐방 요령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살아있는 생명체로 시시각각 변하는 숲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눈, 코, 입, 귀 뿐아니라 피부 접촉과 심호흡을 통한 가슴으로 감상할 것을 권유한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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