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로마전쟁영웅사

로마전쟁영웅사/ 아드리안 골즈워디 지음/ 말글빛냄 펴냄

기원전 48년 8월 9일, 그리스 중부 파르살루스 평원에서는 로마의 두 영웅이 세계 전쟁사에 남을 결전의 무대를 앞두고 있었다.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 해발 500미터도 안되는 구릉에 둘러싸인 평범한 밀밭이 역사의 현장으로 남는 순간이었다. 병력 규모는 카이사르의 절대적 열세였다. 폼페이우스 진영은 110개 대대에 약 4만 7천명의 병력을 거느리고 있었고, 이에 비해 카이사르 진영은 80개 대대에 2만 2천명으로 폼페이우스 병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였다.

'파르살로스 회전'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남은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결전은 역사가 말해주듯 카이사르의 승리로 돌아갔다. 패배한 폼페이우스 쪽 전사자는 6천명, 포로는 무려 2만 4천명에 달했다. 반면 카이사르쪽 전사자는 200명뿐이었다. 카이사르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창안하고 한니발이 완성했으며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가 유효성을 실증한 방식, 즉 기병의 기동성을 활용한 포위작전 방식을 상황에 맞게 변칙 운용해 승리를 거뒀다. 카이사르는 전쟁터를 돌아보고 폼페이우스 군대의 전사자들을 보면서 이렇게 외쳤다. "그들은 이렇게 되기를 원했노라"(Hoc voluerunt).

두 영웅이 격돌한 '파르살루스 회전'은 이수스 회전과 칸나에 회전, 자마 회전 등 기원전 고대에서 가장 유명한 3대 회전과 맞먹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로마 공화정이 유지되느냐, 아니면 카이사르가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느냐가 이 대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쟁은 로마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했다. 로마는 군사적 성과에 의해 탄생했고 그후로도 오랫동안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제국을 유지했다. 그리고 로마의 전쟁 영웅들은 역사의 운명이 걸려있는 세기적 전투에서 승리의 길로 로마를 이끌었다.

'로마전쟁영웅사'는 로마를 세계적인 제국으로 만든 영웅들의 이야기이다. BC 3세기 후반부터 AD 6세기 중반까지 로마군 사령관들 중 가장 뛰어났던 15명의 서사를 담았다. '로마의 한니발'로 불리는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로마의 알렉산드로스 폼페이우스, 로마 최고의 전쟁 영웅으로 갈리아를 정복한 카이사르, 예루살렘을 정복한 젊은 카이사르 티투스 등 쟁쟁한 로마 영웅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책은 로마가 벌인 전쟁의 원인과 과정, 로마군의 전략과 전술, 무기의 형태, 전쟁의 결과 등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장군은 우두머리이자 군대의 전부이다. 갈리아를 정복한 것은 로마 군단이 아니라 카이사르였다"라고 강변한 나폴레옹의 말처럼 사령관이 어떻게 군대를 지휘하고 통제했는지 설명하는데 지면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아울러 한 사람의 일생을 조사하기보다는 출정 기간 동안 있었던 전술과 전략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각 인물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군대를 통제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로마의 전쟁영웅들은 군대의 지휘관이라기보다 한 시대를 이끌었던 진정한 리더들이었으며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선도자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들이 쟁취한 승리의 바탕에는 다름아닌 병사들과 고락을 함께 하는 사령관의 리더십과 실전 경험 및 상식으로 다져진 탄탄한 전략이 깔려있었다고 분석한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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