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에어컨 대신 도시에 숲을 만들자

연일 '가마솥'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모를까? 밖에만 나가면 아스팔트에서 이글거리는 열기에 숨이 턱턱 막힌다. 에너지 관리공단과 에너지시민연대에서는 선풍기 30대의 전력량과 맞먹는 에어컨의 과다사용은 에너지 낭비 뿐만 아니라 도심의 열을 더욱 높이기에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자고 홍보해 보지만, 속수무책이다. 가격대를 확 떨어뜨려 생활필수품의 하나로 홍보하는 기업과 더위를 잠시도 참지 못하는 요즘 사람들로 인해, 에어컨 사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연신 부채를 부치며 일하는 모습은 왠지 생뚱맞아 버렸다.

문제는 이런 에너지 과소비로 인해, 도시뿐 아니라 지구는 점점 더워진다는 데 있다. 더워 에어컨을 켜니, 지구가 더 더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작년 영국 주간지 옵저버 신문에서 발표한 미 국방성 비밀문서에서는 "향후 20년내에 일어날 기후변화는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이어져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전 지구적인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도해 전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지난 50여년간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생기는 온실가스로 지구는 급속도로 더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올해 초 교토의정서가 발효되고, 기후변화협약의 시대가 열렸다. 미국이 끝내 비준을 반대하며 협약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최근 기후변화는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번복하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기후변화 문제해결에 나서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해, 심각성이 예상되는 이 때에, 향후 기후변화에 앞장서는 국가 내지 도시가 선진국가이자 선진도시임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현재 솔라시티 대구를 표방하며, 기후변화 협약의 시대에 선진적인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시 정부는 주장하지만 실효성에 있어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성장을 위해 끊임없는 개발을 멈추지 않고, 대구는 공사중이라고 할 만큼 곳곳에 개발이 진행중이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물과 공기 그리고 기후는 안중에 없는 데 솔라시티를 어떻게 만들어 가나?

희망은 시정부의 정책보다, 국난이 왔을 때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지킨 민초들이 있었듯, 이 시대의 문제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시민에게 기대를 가져야 할 것 같다.

'소비자는 혁명중'이라는 말처럼, 친환경농산물의 선호에 인해 농촌의 풍경은 바뀌고 있고, 친환경 화장품과 친환경 세제등 녹색상품 선호로 인해 기업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나 인라인을 통해 거리의 교통문화가 바뀌어 나갈 것이다. 소비자는 단지 이동 수단을 넘어, 삶의 즐거움과 건강, 환경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시정부는 어떻게 대응해 갈 것인가? 솔라시티 또는 녹색도시를 위해 소비자의 소비패턴을 어떤 흐름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지혜가 필요할 성 싶다.

최근 유럽에서는 시민들이 흙집을 지으면 시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장려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자전거나 걷는 것을 증빙하면, 의료보험료의 혜택을 주는 등 시민들의 건강한 소비를 지원하고 있다. 너무나 부러운 제도이다.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로 출퇴근하는 것을 천덕꾸러기처럼 취급되는 분위기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니다.

녹색도시는 이제 시대적 소명이다. 식량과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 우리는 기상이변이 오면 식량·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구상이변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어 버린 현실에서 내성을 기르고, 최소화하기 위해, 에어컨 대신 숲을 만들고, 아스팔트를 걷어 흙길과 텃밭을 조성하자. 이는 미래도시의 희망이자. 우리 아이들이 이 도시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는 것일 것이다. 더운 여름을 더욱 덥게하는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고, 부채 들고 여름을 나는 것이 여전히 생뚱맞은가?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 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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