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당 "X파일 정략적 이용말라"

한나라당은 24일 지난 97년 대선자금을둘러싼 이른바 'X파일' 공개와 관련, MBC 등의 보도 초점이 한나라당 관련 부분에집중된 점을 들어 '표적공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대선 직전 홍석현(洪錫炫) 중앙일보 사장(현 주미대사)이 이학수(李鶴洙)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만나 여야 대선후보에 대한 자금 지원을 논의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 파일 내용이지만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대권후보 '9룡'을 포함한 당시 여권 후보 관련 부분만 언론보도에서 집중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입장은 X파일 보도 초기 '세풍(稅風)'과 '차떼기 정당' 논란으로 상징되는 불법 대선자금 문제의 재연을 우려하며 곤혹스러워했던 수세적 입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보도의 편중성을 지적함으로써 지금의 여야 모두가 이번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이번 사건이 '삼성그룹과 한나라당간의 문제'로 등식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정치권 공동의 책임을 부각시켜 한나라당의 정치적 부담을 줄여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큰 비리가 있었다면 진상은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렇지만 왜 이 시점에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지, 당시 야당 김대중(金大中) 후보에 대한 지원부분도 있는데 유독 한나라당 관련 부분만 강조해서 나오는지에 대해 무슨 의도가 없는지 의심을 갖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고 말했다.

강 원내대표는 "여권이 지난 시대의 선거와 정치자금 문제를 털어내자는 의미에서 8.15 사면을 거론하면서 거꾸로 오래 전의 일들을 거론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보도배경에 의구심을 표시한 뒤 "국정원이 과거 그런 일을 했다면 밝혀낼것은 밝혀내고, 문책할 것은 문책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정현(李貞鉉)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지금 공개되고 있는 내용을 보면 '표적공개'라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면서 "공개된 내용은 모두 구 여권 관련 내용으로특정 기업과 특정 언론사를 표적으로 삼고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당시 여당 인사와 관련된 도청만 이뤄졌을 리가 없고, 도청자료와 도청 테이프의 거래설도 선별공개를 의심케 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X파일 문건이 안기부의 불법 도청에서 나온 것이며 정보기관의 도.감청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불법 도.감청문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맹형규(孟亨奎) 정책위의장은 "(보도의) 사실관계가 정리될 때까지 예의주시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불법도청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권력기관의 불법도청 문제가 이번 사태의 본질중 하나임을 강조했다.

이 부대변인도 "이번 불법 도청자료가 정략적으로 이용돼 경제와 민생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도청 자료공개에 따른 정략적 계산에 앞서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협하고 국민을 불안케 하는 불법 도청과 관련, 여야가 공동조사를 통해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홍석현 대사의 거취와 관련,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기 보다는'결자해지' 쪽에 무게를 두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강 원내대표는 "그 문제는 야당이 나서서 말할 일이 아니며 본인 스스로 판단할문제"라면서도 "공직자와 유수 언론사 사주라는 두 측면에서 문제가 된 만큼 스스로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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