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안되는 것이었나?'
지난해 9월 23일 성매매방지법이 발효된 지 10개월여. 그러나 성매매는 입법 취지와는 달리 단 한순간도 중단된 적이 없고 더 은밀하고 음성적인 방식으로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대구시내 자갈마당을 비롯해 동대구역, 대구역, 보도방 등 곳곳에서 벌어지는 성매매 현장을 둘러봤다.
지난 23일 새벽 1시 대구시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 업소 곳곳에는 연분홍빛 등불 아래에서 여종업원들이 손님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몇몇 남성들은 투명유리를 통해 지목한 여성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호객꾼들도 예전과 다름없이 손님들을 자신의 업소로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썼다. 한때 여론의 뭇매를 맞고 폐창 직전에 몰렸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현재 영업중인 업소는 45곳 정도로 지난 2월의 30여 곳에 비해 많이 늘었다. 여종업원 수도 150명이나 된다. 성매매방지법 이전 업소 60곳에 300여명이 있었던 때와 비교하면 적지만, 점차 되살아나고 있는 모습이었다.
업주 김모(57)씨는 "노래방, 보도방 등으로 옮겨갔던 아가씨들이 하나 둘씩 돌아오고 있다"며 "경찰의 단속도 예전보다 심하지 않아 폭력 등 큰 사건이 생기지 않는 한 별다른 걱정이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예전처럼 여종업원을 대상으로 중구보건소에서 하던 정기검진이 없어져 성병 등을 옮길 가능성은 훨씬 높아졌다. 업주가 개별적으로 개인병원에서 검진을 받게 하지만 이를 소홀히 하는 업소도 있다는 것.
동대구역, 대구역 등에서도 성매매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24일 밤 동대구역 입구에는 여관 주인 4, 5명이 역을 빠져나오는 승객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타 지역에서 온 20, 30대 남성들에게 '예쁜 아가씨가 있는데 잠시 쉬었다 가라'고 꼬드겼고, 일부 남성들은 이들을 따라가기도 했다. 동대구역 일대의 여관은 20∼30여 곳. 여관에서 보도방 등을 통해 성매매 여성을 데려오는데 5만 원 정도다.
대구역 반대편 골목 입구는 싼 가격 탓인지 주로 40∼50대 중년층이 많이 찾고 있었다. 역 반대편 좁다란 골목의 여인숙 등과 역 지하차도 양쪽으로 주택을 위장한 업소에서도 성매매가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두류공원, 달성공원 등에도 '꽃뱀' 또는 '산새'라 불리는 나이든 여성들이 차량 운전자나 노인들을 상대로 1만 원대의 값싼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경찰은 현장 적발의 어려움과 성매매 방지법의 비현실성 때문에 애써 외면하고 있는 듯 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단속에 나서면 업주, 여종업원, 손님들이 너무 거세게 항의해 대부분 직원들이 단속을 꺼리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단속을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에만 지난 10개월간 성매매로 인해 19명이 구속됐고 931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 : 대구시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에 손님의 발길이 차츰 늘면서 업소들이 다시 불을 밝힌채 영업을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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