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미, 6자회담 접점과 대치점은?

제4차 6자회담 개막을 하루 앞둔 가운데 이번에는 북.미 사이에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은 것은 지난 9일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만나 회담 재개에 합의한 긍정적인 흐름 때문이다.

또 13개월 만에 어렵게 재개된 회담인 만큼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재개 전 상황보다 정세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것을 회담 당사자들이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성과를 기대해 볼 만한 배경이 되고 있다.

이 같이 원론적으로는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각론에서는 외견상 많은 입장 차이를 노출하고 있다.

우선 회담에 대한 접근법을 보면 미국은 지난해 6월 제3차 회담에서 제시한 안에 대한 답을 북한에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2.10 선언'을 통해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는 상황변화를 내세워 군축회담 주장을 접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당시 미국 안은 북한이 3개월간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포함한 핵폐기선언을 하고, 핵프로그램 및 시설 제거를 위한 준비조치 등을 이행하면 한·중·일·러 4국의 중유 제공, 테러지원국 해제 논의 등 단계별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3차회담에서 제시된 미국 안에 대해 작년 7월24일 "전향이라는 보자기로 감싼 '리비아식 선(先) 핵포기' 방식"이라며 퇴짜를 놓았다.

북한은 나아가 지난 2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평화체제 전환을 통해 비핵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같은 날 "조선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수순은 말 그대로 군축의 과정"이라며 지난 3월 31일 북한의 군축회담 제안을 재확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비핵화의 범위를 놓고도 이견이 여전해 보인다.

미국은 모든 핵프로그램의 폐기를 요구하는 반면 북한은 여전히 동결 대상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활동을 뺀 채 '핵무기'로 국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2차 핵 위기의 도화선이 된 HEU 문제를 놓고는 미국이 북한을 향해 이를 시인하고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북한은 있지도 않은 것을 문제로 삼는다고 펄쩍 뛰면서 처음부터 평행선을 그어왔다.

동결에 대한 상응조치를 놓고도 북한은 중유제공 등 '보상'에 미국이 참여해야만 북핵 해결에 대한 미국의 진심을 믿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이에 부정적이다.

다만 미국은 한·중·일·러 4국의 중유 제공과 한국의 대북 송전계획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핵폐기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을 지원하는 내용의 '넌-루가((Nu nn-Lugar)' 프로그램에 참여할 가능성 정도만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회담 결과는 미국의 태도 여하에 달렸다"면서 미국의 결단을 촉구한 조선신보 보도의 경우, 북한이 회담 개막을 앞두고 협상 전술 차원에서 최대의 희망사항을 담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협상의 여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군축을 언급한 대목도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원하는 체제보장과 관련된 입장인만큼 미국이 체제보장에 대한 탄력적인 안을 제시, 북한의 명분 축적에 기여할 경우한 발짝씩 양보하는 선에서 접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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