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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현제명과 오페라도시 대구

요즘 공원이나 유원지를 다녀 보면 종전과 다른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어 나들이가 즐거워진다. 대구시가 '멜로디가 흐르는 도시'를 지향하면서 거리음악회를 열어 사람이 모일만한 곳이면 어딜 가도 즐거운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음악은 정서순화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에 누구나 즐기고 싶은 예술이다. 하지만 흥겨울 땐 어깨춤을 추며 직접 동참할 수 있는 농악과 달리 주로 실내에서 열리는 서양음악은 입장료도 만만치 않지만, 옷은 무엇을 입고 가야할지, 어느 때 박수를 쳐야할지 등 격식이 까다로워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거리음악회는 이런 까다로운 절차를 무시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앉거나 서서 감상할 수 있어 훨씬 친근하다. 따라서 이번 기획은 시민정서 순화는 물론 음악인구의 저변확대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미술·문학·서화 등 대구는 어느 도시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각 장르별로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를 배출한 예향으로 음악도 예외가 아니다. '켄터키 옛 집에 햇빛 비치어'로 시작하는 '켄터키 옛집'을 번역한 박태원(1897~1921), '사우' '뜸북새' 등을 작곡한 한국합창운동의 선구자 박태준(1900~1986), 이른바 국민가곡으로 불리는 '고향생각' '산들바람'을 작곡한 한국 서양음악사의 큰 별 현제명(1903~1960), '금잔디' '노래의 날개'를 작곡한 한국 예술가곡과 음악학의 선구자 김진균(1925~1986)은 대구출신이다. 권태호(1903~1972)는 안동, 하대응(1914~1987)은 강원도 홍천 출신으로 우리나라와 대구음악을 빛낸 분들이다.

이번 '멜로디가 흐르는 도시' 역시 이들이 뿌린 씨앗이 자라는 토양 위에서 전개된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현제명은 홍난파와 더불어 한국 음악계를 이끌어 온 대부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오페라 '춘향전'을 작곡한 분이다. 그런 그분이 단지 일제 강점기에 음악활동을 했다하여 친일파로 매도돼 그의 음악이 잉태된 고향에서 조차 외면받고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작품이 공연되지 않는 것은 애석하기 그지없다.

달구벌얼찾기모임 대표 이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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