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 점순이는 날 잡아먹으려고 기를 쓰지도 않고 제 집 수탉을 우리 수탉과 쌈을 붙여놓지도 않았다. 물론 쌈 붙일 수탉도 없었다. 점순이는 동네에서 날 만나도 본척만척했다. 하지만 동백꽃 앞에선 그러지 않았다. 내가 나무를 하고, 내려올 때면 항상 동백꽃 틈에 앉아서 호드기를 불며 기다리고 있었다. 만나도 하릴없이 앉아만 있을 뿐 하는 말도 별로 없었다. 그 날도 역시 점순이가 와 있었다.
"이담부턴 내가 못 오면 여기다 감자 놓고 갈 테니 그거 먹어?
"……."
"너 말 마라?
"그래?
이 날 이후로 가끔씩 바위틈 속엔 점순이 대신 감자가 있었다. 나는 점순이가 왜 이렇게 나에게 잘 해주는지 몰랐지만 동네 사람들이 알게 되면 수군댈 것이기 때문에 잠자코 있었다. 내 생각엔 점순이가 동백꽃만 보면 사람이 변하는 것 같았다.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다 마지막 한 잎까지 떨어지던 날, 점순이는 바위 틈에 없었다. 감자도 없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스산한 바람이 불던 그 날 저녁, 호롱불을 벗 삼아 바느질을 하시던 어머니,
"아이고, 내일 아침꺼정은 이 저고리를 다 맹글어야 하는디…. 점순이 어매가 특별히 내게 부탁을 혔거든. 허허…. 점순이 고것이 마냥 어린 가시내인줄만 알았는디 하매 시집갈 나이가 되었어야. 시댁도 먹고 사는 데는 암시런 문제가 없다더만. 근디 신랑이 나이가 쪼매 많다지, 아마."
"어무이, 그럼 고것이 점순이 시집갈 때 입을 옷이란 말이요?"
"그랴, 이것이 점순이 새색시 되어 입을 옷이여."
나는 어머니 말씀에 더 이상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한참동안 점순이의 새 저고리가 만들어지는 모습만 바라보았다.
구슬픈 부엉이 울음소리가 먹먹해질 무렵, 나는 방문을 왈칵 열고 뛰쳐나와 산으로 달려갔다. 다 시들어 떨어진 동백잎들을 하나 둘 주섬주섬 모으기 시작했다. 꼭 다 주으면 동백꽃이 다시 피기라도 할 것처럼.........
다음 날 점순이는 새 저고리를 입고 낯설게 어여쁜 꽃가마를 타고 산을 넘어갔다. 꽃가마의 그림자마저 사라지고 나서도 나는 괜히 벙벙하여 주머니 속 마른 동백꽃잎만 만지작거렸다.
김민아 기자(3학년)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