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름방학 봉사활동 제대로 하기

봉사활동이 제도화한지 10년째. 이제 방학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꼭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봉사활동이 자리잡았다. 학기중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는 방학을 이용해 봉사활동을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 아직까지 진정한 '봉사'를 위해서보다는 시간 채우기에 급급한 학생들이 더 많은 실정이다. 때문에 쉽게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관공서나 공공기관의 업무보조 등은 지원자가 넘치는 반면 제대로 자원봉사자를 확보하지 못하는 시설도 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시간도 채우고 봉사를 통해 삶의 참맛을 깨달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방학 동안 제대로 된 봉사 마인드를 가슴에 새겨놓는다면 어느 책에서도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공부가 된다. 뿐만 아니라 대입 전형 때 면접 등을 통해 봉사활동의 '질'을 따지는 대학도 많아졌으므로 미리 대비하는 기회도 된다.

대구시 청소년 자원봉사센터에서 봉사활동의 매력과 방학 동안 봉사활동 제대로 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들어봤다.

▲공부로 채울 수 없는 점수

현재 중·고교생은 교과 과정 중 하나로 봉사활동 10시간이 학년별로 배정돼 있고, 별도로 10시간 이상의 추가 봉사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중학생의 경우 이 봉사활동 시간이 점수로 평가돼 20시간을 모두 채우게 되면 고입 봉사활동 평가 항목에서 만점을 받게 되지만 고교생의 경우 특별히 점수로 환산되지는 않는다. 다만 대학전형시 학생부 비교과영역으로 반영하는 대학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입의 경우에는 시간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 봉사활동 경험과 이를 통해 느낀 점 등을 세세하게 묻는 학교가 많다. 특히 일부 대학에서는 사회복지학과 등 관련 학과 신입생 모집 시 특별전형자료로 활용하는 곳도 있어 관련학과 진학을 고려하고 있는 학생의 경우 많은 봉사활동 경험이 필수적이다.

정무영 영남공고 교사는 "대구보건대학의 경우에는 자체 자원봉사 우수학생 시상대회를 만들고 수상한 학생에게는 특별 입학 기회를 제공하는 등 봉사 경력만으로 입학 가능한 곳도 있다"며 "직접 점수에 반영되지 않더라도 성실성과 사회성을 검증하는 잣대가 된다"고 조언했다.

▲사랑을 배웁니다

김소은(대원고 2년)양은 매주 봉사활동을 다닌 지 벌써 4년째다. 처음에는 단순히 고입에 반영되는 의무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시설을 찾았다가 이제는 아예 습관이 돼 버린 것.

"제가 봉사활동에 이렇게 빠져들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중학교 2학년 때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치매센터를 찾았다가 제 손을 꼭 붙들고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 한 분과 결연을 맺으면서 봉사의 매력에 푹 빠져든 거죠."

소은 양은 "나 자신이 남에게 이렇게 큰 희망과 기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며 "그 할머니가 저를 손녀딸처럼 예뻐해 주는 게 즐거워 자매결연을 맺고 늘 찾아뵙기 시작한 게 인연이 돼 지금은 매주 빠지지 않고 주말마다 봉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소은 양의 사례처럼 마지못해 시작한 봉사활동이 아예 취미생활이 되어버린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봉사활동을 시작한 학생 10명 중 2명 정도는 이렇게 된다는 것.

조여태 청소년자원봉사센터 교육개발과장은 "봉사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사랑을 베푼다는 측면이 아니라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매력을 깨닫는 것"이라며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배우고 나눔의 정신을 몸으로 새기게 되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봉사활동 동아리에 가입해 보세요.

윤은주(22.일심재활원 사회복지사)씨는 지속적인 봉사활동이 아예 직업으로 연결된 경우다. 윤씨는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던 중 내가 자발적으로 하는 일 중 가장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로 하고 진학했다"며 "사회복지학과 진학과 학교생활, 취업 후 까지 중·고등학생 때 경험했던 봉사 경력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가 이렇게 봉사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봉사에서 얻는 기쁨 외에 친구와 선·후배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 윤씨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은 가지고 있더라도 혼자서는 선뜻 실행에 옮기기가 힘든 법인데다 어렵게 시작한다 하더라도 얼마 못 가 지치게 된다"며 "동아리에 가입하면 서로 의지하고 도와 가며 봉사를 계속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현재 청소년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동아리만 20개. 600여 명의 학생이 동아리 회원으로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대구시 종합자원봉사센터와 각급 학교, 인터넷 카페 등에서도 봉사활동 동아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봉사활동 어디서 어떻게?

대구시 청소년 자원봉사센터 홈페이지(dgbongsa.com)을 통하면 지역 70여 개 시설과 기관의 자원봉사 정보를 한눈에 찾아볼 수 있다. 더구나 봉사활동 인증서까지 온라인으로 발급받을 수 있어 더욱 편리하다. 또 대구시 종합자원봉사센터 홈페이지(nanum.daegu.go.kr)에도 봉사활동 정보가 다양하다. 이 외에도 각 구별 자원봉사센터로 연락하거나 가까운 복지관을 찾으면 봉사활동을 할 만한 곳을 소개받기 쉽다.

직접 시설로 찾아가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조여태 과장은 "사전 연락도 없이 시설로 무작정 찾아가는 학생들도 많은데 이럴 경우에는 퇴짜 맞기 십상"이라며 "사전에 방문 날짜와 인원 등 계획을 잡고 논의한 뒤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배정받고 찾아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일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성적인 학생이 무리하게 노인 돌보기 등의 업무를 신청했다 오히려 시설에 폐만 끼치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일단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들로 경험을 쌓은 뒤 자신의 성향에 적합한 일을 골라 꾸준히 계속하는 것이 좋다.

거리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된다. 아무래도 봉사활동 시설과의 거리가 너무 멀다면 부담이 커 금세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조 과장은 "일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해서 방문하기로 약속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다"며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등 책임감을 갖고 봉사활동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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