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방들 전설
얘야, 그 동안의 장마로 여러 곳에 물난리가 났구나. 홍수가 질 때마다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단다.
아주 오래 전 경상도 청송군 진보 땅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해.
그 마을에 한 총각이 소금장수를 하며 살고 있었더래. 멀리 바닷가 마을에 가서 소금이나 건어물을 사 가지고 이 마을 저 마을로 다니면서 팔았지. 건어물이 무엇이냐고? 마를 건(乾), 고기 어(魚), 물건 물(物)! 즉 '말린 해산물'을 말해.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대. 이 총각은 장사를 마치고 땀을 씻으려고 냇가로 나갔다는구나.
"우와, 크다!"
"야, 신난다. 우리가 잡았다."
마을 아이들이 냇가 모래밭에서 왁자지껄하더래.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가 보았더니 아이들이 커다란 자라를 잡아서 뒤집어 놓았더래. 뒤집힌 자라는 하늘을 보고 발버둥치며 눈을 껌벅이고 있었고…….
"얘들아, 너희들 이 자라를 어떻게 할 셈이냐?"
"네, 우리 다섯이서 똑같이 가를 거예요."
"그래, 그러지 말고 이 자라를 나한테 팔아라. 내가 오늘 하루종일 장사한 돈을 모두 줄 테니 이 돈을 똑같이 가르렴."
"으음! 그게 좋겠어요. 아무리 해도 자라를 똑같이 가르기는 힘들 테니까요."
"그래, 잘 생각했다."
이렇게 하여 이 청년은 그 자라를 사서 물에 도로 놓아주었대. 자라는 고맙다는 듯이 몇 번이나 돌아다보며 물 속으로 들어갔고…….
그런데 그 날 밤이었대. 밤새도록 소나기가 쏟아졌어. 이 청년은 낮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꿈에 흰 수염을 휘날리는 한 노인이 나타났대.
"청년은 얼른 일어나 그대의 이름을 써 붙인 막대 1백 개를 만들라. 그리고 비가 그치면 낮에 그 냇가로 나가 그 막대를 꽂도록 하라."
청년은 이상한 꿈이라고 생각하며 일어나 종이에 이름을 쓴 다음, 그 종이를 가볍고 긴 삼대에 붙잡아 매었지. '삼대'는 삼베를 얻는 '삼'의 줄기를 말해. 이 청년이 이름막대를 다 만들자 이상하게도 그만 비가 뚝 그치더래.
이 청년은 이름막대를 짊어지고 냇가로 나갔지.
"아니, 이럴 수가!"
낮에 있었던 냇물 대신 넓은 들판이 떡 자리를 잡고 있는 거야. 어제 낮의 냇물은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어 흐르고 있었고……. 어리둥절해 있던 청년은 곧 정신을 차리고 들판 둘레에 자기 이름이 붙어있는 막대를 꽂았어. 그리하여 그 들판은 모두 그 청년의 것이 되었지.
꿈속의 흰 노인은 누구였을 것 같니? 아마도 용왕님이 아니었을까 해. 그 자라는 용완님의 아들이거나 손자였을 테고…….
이 바람에 소금장수 청년은 부자가 되었고, 이 들판은 하루 저녁에 담방 생겼다 하여 '담방들'이라고 불린단다. 지금도 이 담방들은 그대로 남아있단다.
심후섭(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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