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에는 대부분 면접시험이 포함되어 있다. 과거와 달리 면접시험에도 점수가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면접관의 자리에서 보면 수험생들의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예컨대 "휴대전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자신의 견해는 어떠한가?"와 같은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수험생들의 답변을 그대로 옮겨보면 "그거, …건강에 나쁘다고 하던데요"정도이다. 답변시간에 쓸 수 있는 시간이 5분이니 보충이나 자신의 생각을 얘기해보라고 유도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대체로 "저도 그렇다고 생각하는데요"이다. 주어진 시간 5분은 고사하고 앞의 예로 든 공방(?)이 끝나는 데는 1분 내외면 족하다.
이런 원인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면 우선 문화적인 환경을 들 수 있겠다. 우리의 경우 조금은 긴장이 되는 자리에서 스피치 훈련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스피치라면 교장선생님의 훈화라든가 부모님의 훈계 등 일방적인 지시만 들어왔지 않은가? 또 하나는 요즈음 젊은 세대들이 애용하는 메신저나 휴대전화 문자는 극단으로 축약된 단문이거나 주요 단어만 나열하는 것으로도 서로 통하니 제대로 된 완전한 문장으로 말하는 습관이 만들어 질 수가 없다.
또 다른 주요 원인은 아마도 습관적인 선다형 문제풀이 때문이 아닐까? 수능시험이 선다형으로 치러지다보니 수험생들은 밤낮으로 선다형 문제풀이에만 매달리는 것이 현실이다. 폭 넓은 독서를 할 여유도 없고 자기의 주장을 펴거나 주어진 사실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쓰기 훈련을 할 기회도 없으니 짧은 말하기인들 잘 될 리가 없다는 것이다. 학교교육에서라도 독서나 토론, 글쓰기를 시키면 좋겠지만 선생님조차 훈련이 안되어 있거니와 설령 하려고 해도 채점결과에 대한 시비(아마도 법정까지 갈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와 함께 그 시간에 수능준비를 해야지 뭘 하느냐는 학부모들의 간섭이 눈에 보일 것 같다.
세계의 어떤 대학이건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한 나름의 입시형태를 가지고 있다. 서울대가 이번에 발표한 입시안을 보면 나름대로 고심을 한 흔적이 보인다. 특기자와 지방고 출신, 정시모집에서 각각 1/3씩 뽑겠다고 하는 큰 틀은 부문 특기자와 소외낙후지역에 대한 배려, 일반 공개경쟁 간에 큰 무리가 없는 균형잡힌 방안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일반 공개경쟁으로 전체 입학정원의 1/3을 뽑는 정시모집에서 통합형 논술을 도입하겠다는 것이 논쟁의 초점이 되어 있다. 통합형 논술이 교육부의 소위 '삼불원칙'에서 금하고 있는 본고사가 아니냐는 점이다. 논술이면 괜찮고 본고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본고사가 실시되면 개인교습이나 과외가 더욱 기승을 부려 가진 자들이 시장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는데 지금도 학생들은 학교보다 학원에서 더 많이 배운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과외가 극성인 지금의 이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나? 이 논쟁을 지켜보면서 새삼 논술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는데 만약 이것이 '논리적인 서술'이라 한다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훈련과 함께 이를 체계적이고 정확한 문장의 형식으로 표현하는 훈련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논술의 주제는 문과적인 것으로만 한정될 수는 없으며 문·이과 및 외국어 영역 등으로 확대되거나 필연적으로는 이들을 횡단하는 통합적인 주제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발전의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학생의 선발을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통합논술에 대한 논쟁의 초점은 문제와 답안의 예시가 제공되고 이를 채점하는 기준과 방법에 대한 논쟁 쪽으로 옮겨가는 것이 발전적일 것이다. 또 현재와 같이 논술답안의 기본점수를 높게 책정해 전체 점수에 대한 명목상의 반영률에 비해 상당히 낮은 실질 반영률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관심사항이라야 할 것이다. 실질 반영률이 높아질수록 대학 측의 출제와 채점체제가 완벽을 기하게 되고 수험생의 노력과 능력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대학과 사회 간에 신뢰가 쌓여갈 때 대학의 권위가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것이고 나아가 한 대학의 입시안(사실은 작명의 문제)에 대해 정치권까지 가세한 이전투구를 다시는 보지않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통합논술이 본고사인가 아닌가하는 논쟁은 한마디로 웃기는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논술은 지금까지 몇 년간 실시했기 때문에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본고사 여부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 또한 엄연한 본고사이기 때문이다.
김덕규 경북대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