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정지용의 '바다 2'

바다는 뿔뿔이

달아나려고 했다.

푸른 도마뱀 떼같이

재재발렀다.

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았다.

흰 발톱에 찢긴

산호(珊瑚)보다 붉고 슬픈 생채기!

가까스로 몰아다 부치고

변죽을 둘러 손질하여 물기를 씻었다.

이 애쓴 해도(海圖)에

손을 씻고 떼었다.

찰찰 넘치도록

돌돌 구르도록

휘동그란히 받쳐 들었다!

지구(地球)는 연(蓮)잎인 양 오므라들고 ……펴고 …….

정지용(1902~1950) '바다 2'

날씨가 무더우니 바다가 생각납니다. 바다 생각을 하니 정지용의 바다가 떠오릅니다. 바다를 이렇게 생동감 있게 감각적으로 묘사한 것을 본 일이 있는지요? 바닷가에 밀려왔다 밀려나가는 푸른 파도가 마치 '뿔뿔이 달아나려는 도마뱀 떼' 같이 살아서 움직입니다. '꼬리가 잡히지 않는' 재빠른 동작이 경쾌합니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을 흰 발톱으로 나타내어 그것에 찢기는 '산호보다 붉고 푸른 생채기'를 통해서 세계의 아픔도 보여줍니다. 좀 더 시야를 넓혀보면 바다는 '찰찰 넘치도록/ 돌돌 구르도록' 땅(지구)을 어루만지다가 '휘동그란히' 받쳐듭니다. 그러면 지구는 마치 연잎처럼 오므라들고 펴고를 반복하고…. 땅을 에워싼 바다의 더할 나위 없이 정겨운 모습이 아닌지요? 이진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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