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제)자원봉사자가 불국사 보물 찾아

불국사 입구 감로수(甘露水) 터.

홍수 때나 가뭄 때나 항상 똑같은 수량을 유지하고 시원달콤한 맛이 토함산의 정기를 담고 있다는 속설이 퍼져 관광객과 불자들의 필수 코스가 됐다. 이처럼 방문객들의 갈증을 씻어주고 법력(法力)을 주는 것으로 소문난 감로수를 담고 있는 돌로 된 수조(水槽)가 한 자원봉사 문화해설사의 노력으로 보물지정을 기다리게 됐다.

8, 9세기쯤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돌수조는 너비와 폭이 각각 262㎝와 130㎝가량이고 네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어 꽃잎 형태를 갖췄고 안팎으로 여러 가지 무늬를 조각해 전체적으로는 커다란 연꽃을 연상케 한다.

문화재청이 돌수조의 보물지정을 검토하게 된 것은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자원봉사로 문화재 해설을 해 주고 있는 경북관광개발공사 감사팀장 강정근(44)씨의 건의 때문.

강씨는 지난해 말 관광객들과 이곳에 들렀다가 수조에 새겨진 여러 조각상을 발견했다. 이후 관련 문헌을 찾고 기록을 검토한 끝에 원형을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는 통일 신라시대 석조수조(石造水槽)로 밝혀내 문화재청에 국가 지정문화재로 지정해줄 것을 건의했고 최근 문화재청으로부터 "지정문화재로 손색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

이 수조를 직접 둘러본 문영빈 문화재청 전문위원과 박경식(단국대), 최인선(순천대) 교수 등 관련 학자들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석조 중 가장 조형성이 뛰어나고 보존 상태가 우수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주와 부여 등지를 답사하고 수조의 국가지정문화재 등록과 체계적 보존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 강씨는 "공주박물관에 있는 보물 148호와 149호 등 국내에 모두 5개의 보물로 지정된 석조가 있지만 예술성이나 보존상태에서 불국사 것에 비해 훨씬 뒤진다"면서 "그러나 불국사 수조는 이미 많은 부분에서 훼손이 진행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현장을 답사한 위원들의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8월말쯤 보물지정을 예고하고 심의를 거쳐 10월쯤 보물로 지정해 보존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주·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사진: 강정근씨가 불국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석조수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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