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아름다운 은퇴

가수 안치환은 세상을 향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소'라고 외친다. "~아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으며/어느샌가 반짝이는 꽃씨를 심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중) 그는 꽃을 사람보다 어여삐 보는 전도된 가치관에 맞서 소리친다. 사람보다 아름다운 건 없노라고, 사람이 바로 희망이라고.

○…역경을 딛고 우뚝 일어선 사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가슴에 희망의 등불을 켜주는 사람만큼 우리를 감동케 하는 것은 없다. '투르 드 프랑스' 7년 연속 우승의 위업을 쌓고 인생의 정점에서 은퇴를 선언한 미국의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 올해 서른넷의 이 남자에게 지금 지구촌 방방곡곡으로부터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쏟아지고 있다.

○…'투르 드 프랑스'는 매년 7월 약 3주간 프랑스 전역 3천500여 km를 달리는 사이클 대회. 황금빛 해바라기밭이나 밀밭 사이를 지나는 은륜 행렬 등 낭만적인 사진들로 낯익은 이 대회는 실상은 해발 2천m가 넘는 산악구간 등 험난한 코스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자동차 경주대회 중 지중해'사하라 사막 등을 횡단하는 파리-다카르 랠리가 '지옥의 랠리'라면 투르 드 프랑스는 '지옥의 레이스'다.

○…암스트롱은 이런 무시무시한 대회를 무려 일곱차례나 그것도 연속으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경력"이라며 놀라워 할 정도다. 사람들은 그의 은퇴 후 앞으로 대회 8연패 기록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그 자체로 이미 전설적 존재가 됐다.

○…무엇보다 그는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 생존 확률 절반 이하의 고환암에다 뇌까지 전이 돼 누가 봐도 인생이 끝장날 판이었다. 그러나 강인한 정신력으로 다시 일어선 그는 지난 99년 미국인으로는 두번 째로 이 대회 우승자가 됐고 이로써 또 하나의 전설이 시작됐다. 우리 대부분은 암에 걸린 것을 아는 순간부터 성급하게 살 의욕을 잃어버린다. 그런 사람들에게 암스트롱은 '결코 포기하지 말 것'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더구나 선수로서의 정상에서 그는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차례"라고 말했다. 영광의 자리에서 안 내려오려고 별별 추태가 다 벌어지는 이 세상에서 랜스 암스트롱, 그는 은퇴조차 멋있게 할 줄 알았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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