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주식투자로 국부유출 방지하자

"외국 투자가들은 한국기업의 이익 파이프라인에 빨대를 꽂고 있다"

우리 한국 가정의 가장 가까운 금융기관은 국민은행이다. 처음부터 가계부금을 전문으로 해서 성장했고 주택금융을 전문으로 했던 주택은행과 합병하였기 때문에 규모면에서나 친밀도에서도 단연 1위의 회사다. 그런데 이 국민은행의 소유구조를 살펴보면 외국인이 84%를 가진 외국회사란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과거 40여 년이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놀랄만한 우수한 기업들을 육성시켜 왔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 엘지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기업들은 기술수준이나 수익성에서나 세계적인 수준이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더 이상 한국의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거의 완전 개방되면서 외국인들은 한국의 우량 대기업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수해 왔다. 반면 한국의 기관투자가 및 개인투자가들은 지속적으로 주식을 팔았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500조 원 중 약 42%인 210조 원 정도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특히 우량 대기업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대부분 넘고 있다. 그리하여 현재의 소유구조를 감안한 미래의 이익분배구조를 상상해보면 외국 투자가들이 한국기업의 이익 파이프라인에 빨대를 꽂고 있는 형국이다.

기업별로 외국인 지분율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55%, 엘지전자 36%, 포스코 67%, 현대자동차 48%, 국민은행 84%, 대구은행 63% 등이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의 상장기업들이 연간 약 50조 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자기자본이익률도 약 15%에 육박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과감한 구조조정 및 이익중시 경영으로 실적이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개선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타까운 것은 우량 대기업의 주식이 외국인에게 과도하게 넘어감에 따라 국부 유출이 심각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외국 투자가들은 배당이나 자본이득의 형태로 천문학적인 투자이익을 거두게 될 것이다.

더욱이 기업들의 경영정책들이 외국인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바뀌고 있는데 그것은 첫째로 주주중시경영의 정착으로 이익금이 재투자되기보다는 배당금으로 지급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으며 아울러 자사주 매입의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철저한 자유시장경제 경쟁논리가 기업활동에 정착되면서 자금과 기술은 물론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기업으로 중소기업의 이익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의 자산은 인재밖에 없고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조직은 기업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업의 지분 권리인 주식에 대해 투자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대상으로만 여겨왔다. 물론 과거에 주가가 심하게 급등락하면서 위험이 지나치게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위험이 많이 줄어가고 있으며 충분한 투자매력이 생긴 상태이다.

한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투자가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 새로운 신규사업을 육성해나가야 한다. 한 나라의 경제도 마찬가지다. 안전한 것이 최선이라는 이유로 고정금리 상품이나 실물자산인 부동산관련 프로젝트에만 자금을 계속 공급하다 보면 기업 쪽에는 자금이 고갈되어 그 경제는 쉽게 노쇠해서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가계의 재산배분 상태를 보면 금융자산보다는 실물자산에 많은 자금이 배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적인 수준에서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 등에서 앞장서서 기업쪽으로 자금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 은행의 경영자들도 소비자 금융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기업과의 결속관계를 복원하여 산업자금 공급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상장기업의 순이익창출 능력이 연 15%에 달하는데 우리는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주식투자를 꺼리고 기업에 대한 대출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투자가들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거의 제로금리인 4% 내외의 고정금리 상품에 계속해서 자금을 배분해야 되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외국 투자가들은 한국기업들을 신뢰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우리의 기업들을 왜 신뢰하지 않는가? 우리 모두 우리의 국부를 지키고 장기적인 성장의 맥을 잇기 위해서도 기업들의 지분을 되사오고 기업금융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김신섭 국제통신(주) 사장

△ 1962년 경북 김천 생

△ 경북대,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 졸

△ 대우경제연구소 주임연구원, 유바프은행 서울지점 심사역, 한국산업투자자문 자산운용 이사

△ 현 국제통신(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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