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제작 모호필름)가 이번 주 관객들을 만난다.

감독 스스로의 입을 통해서, 혹은 기대에 찬 지지자들에 의해 복수 트릴로지의 마지막편으로 불리는 이 영화는 삼부작의 전작 '올드보이'에 비하면 스타일의 기름기가 한층 빠졌으며 '복수는 나의 것'에 비해서는 비장미가 줄어든 느낌이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큼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인 금자(이영애)는 스무살에 죄를 짓고 감옥에 가게 된다. 어린 나이,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로 인해 검거되는 순간에도 언론에 유명세를 치른다. 13년동안 교도소에 복역하면서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보내는 금자. "기도는 이태리 타올이야. 아기 속살이 될 때까지 빡빡 문질러서 죄를 벗겨 내"라는 식의 천사 같은 얘기가 나긋나긋한 말투와 친절한 미소 속에서 흘러나오니 '친절한 금자씨'라는 별명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 붙여진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열심히 도와주며 13년간의 복역생활을 무사히 마친 금자, 출소하는 순간 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치밀하게 준비해온 복수 계획을 펼쳐 보인다.

그녀가 복수하려는 인물은 자신을 죄인으로 만든 백선생(최민식)이다. 금자는 백선생 덕분에 한 아이를 죽게 만드는 데 한몫했으며 자신의 아이와 헤어져야 했다. 수감생활 동안 그녀가 친절을 베풀며 도왔던 동료들은 이제 다양한 방법으로 금자의 복수를 돕는다.

전반부 절반을 차지하는, 복수를 준비하는 금자의 이야기는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한편으로는 독특하면서 기발하다. 영리하게 영화를 잘 만드는 박 감독의 재기는 두 말할 것 없이 이번 영화에서도 풍부하다.

넘치는 스타일로 힘있게 전개되던 영화는 금자와 백선생이 만나 복수가 본격화될 시점인 중반 이후 '속죄극'으로 점프한다. 백선생에게 복수할 사람들은 모두 모여서 복수의 방법을 토론하고 각자 복수할 순번을 정한 뒤 그에게 린치를 가하기 시작한다. 복수에서 속죄로 넘어가는 이 순간은 동시에 영화가 지나치게 친절해지는 순간이다. '말이 지나치게 많은' 복수와 이후 이어지는 금자의 속죄는 영화적이기보다는 연극적이며 은밀한 상징이기보다는 너무 직접적인 연설인 까닭에 당황스럽다. 상영시간 112분, 18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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