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옥수수떡과 개떡

한 친구가 맛이나 보라며 내놓은 것은 뜻밖에도 옥수수떡이었다. 네모난 모양의 노리끼한 옥수수떡. 거칠지만 구수했다. 일행 네 명은 마파람에 게눈 감추기보다 더 빠르게 먹어치웠다. 전엔 서문시장 같은 데서 더러 살 수 있었는데 요즘은 그곳서도 찾기가 힘들어 누구에게 부탁해 겨우 구했다고 했다.

우리 혀를 유혹하는 먹을 거리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요즘, 옥수수떡은 아련한 시절의 고향마을 순이나 돌이처럼 반갑다. 지금 40, 50대 이상 세대에게 있어 옥수수떡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명품으로 치장한 세련된 멋장이도, 사회 유명인사들도 촌스런 옥수수떡 앞에서 흔히들 탄성을 지른다. 대구의 한 대형 유통업체 CEO도 옥수수떡을 퍽 좋아한다. 부족할 것 없는 가정에서 맛난 것만 먹었을 것 같은 그가 옥수수떡을 좋아하다니 어쩐지 재미있다.

1960년대 당시의 초등학생들에게 점심시간 때 급식용으로 나오던 옥수수떡은 별미였다. 원조 옥수수 가루에 원조 우유를 섞어 쪄낸 떡에서는 우유내음이 폴폴 났다. 대부분 아이들은 그 자리서 먹어치웠지만 동생들을 위해 한 입만 베어물고 집에 가져가는 기특한 아이들도 있었다. 보릿고개 시절의 눈물겨운 풍경화다.

옥수수떡이 도시·농촌아이 두루 다 먹었던 별미라면 '개떡'은 농가의 먹을거리였다. 햇보리를 도정할 때 나온 고운 등겨가루에 밀가루와 소금, 사카린, 소다 등을 반죽하여 쪄낸 떡이다. 거머틔틔한 색깔에다 사카린의 들쩍지근한 맛, 등겨 특유의 냄새까지 났다. 요즘 아이들에게 개떡을 먹으란다면 아마 천리만리 도망치지 않을까. 여름 내내 새까맣게 그을린 아이들이 거므레한 개떡을 먹던 모습은 흑백 사진의 한 장면처럼 남아 있다.

20세기 초 일본의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가 단맛, 쓴맛, 짠맛, 신맛 등 4대 미각 외 제5의 맛으로 우마미(감칠 맛)를 발견했는데 그게 최근 들어 과학자들에 의해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맛이란 게 꼭 혀로만 감지되는 건 아니다. 옥수수떡이나 개떡처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맛도 있는 법이다. 그런 것에 이름을 붙인다면 이건 어떨까. 제6의 맛, '추억미(追憶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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