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럽 배낭여행-(24)獨 하나우·슈타이나우

드디어 유럽 땅에 첫발을 내딛었다. 처음 타 보는 비행기라 경유지였던 일본 나리타공항에서부터 이런저런 실수를 연발했다. 출구 못 찾고 헤매기, 출입국 카드 작성을 깜빡했다 헐레벌떡 하기, 그리고 제시간에 짐 못 찾기 등등. 유럽여행 첫날부터 정신없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실수에 움츠러들 내가 아니지.

이번 여행, 처음부터 느낌이 참 좋다. 유럽에 도착하자마자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앞에 있다는 숙소를 찾는 일때문에 우왕좌왕했지만 시작부터 친절한 사람들을 만났다. 중앙역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 외에도 전차를 탈 때 무거운 짐을 들어 올려준 사람, 숙소로 가는 길을 물어물어 알려준 사람 등. 동화마을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동화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화여행 시작의 첫 목적지는 하나우와 슈타이나우. 가까운 거리여서 하루에 모두 다녀오기로 마음 먹었다. 하나우로 가는 목적은 오로지 하나. 마르크트광장에 있는 그림형제 동상을 보는 것이다. 마르크트광장은 그날따라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동상에 턱하니 앉아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무척 여유로워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상이 경외의 대상이지만 이곳에서는 아주 친숙하고 일상적인 공간인 것 같다.

슈타이나우행 기차를 탔다. 기차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는 가이드북을 흘낏 보더니 말을 건다. 자신도 여기에 가봤는데 무척 아름다운 곳이란다. 슈타이나우역에서 내려 마을로 접어들자 골목 입구에 예쁜 집이 한 채 보인다. 벽에는 브레멘 음악대 장식품이 붙어 있다. 슈타이나우는 그림 형제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으로 생가와 동화 박물관이 있다. 특히 성을 개조했다는 동화 박물관을 무척 기대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을을 들어서자마자 쉽게 암츠하우스를 찾았다. 암츠하우스는 그림 형제가 태어난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곳으로 한 할머니가 지키고 있다. 관람객이라곤 오로지 나 하나뿐. 뭔가 중요하고 재미있는 전시품들이 많았지만 독일어로만 설명이 되어 있어서 감을 못 잡겠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동화 박물관. 아! 이런. 성문이 굳게 닫혀있다. 문 앞에 뭐라고 적혀 있긴 한데 독일어라 역시 읽을 수가 없다. 그저 성 주변만 몇바퀴를 돌 수밖에. 성 앞 광장의 분수도 아기자기하고 그림 형제의 이름이 붙은 학교도 예뻤지만 그 무엇도 동화 박물관을 못 보는 아쉬움을 달래지는 못했다. 물어물어 알아보니 원래 월요일과 금요일은 문을 닫는단다.

슈타이나우는 정말 작은 마을이다. 넉넉잡아 2, 3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조그맣지만 연못, 다리, 숲, 골목 등이 마치 동화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렇게 좋은 곳에서 자라났으니 그림 형제가 옛날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겠지.

하나우와 슈타이나우. 둘 다 작고 예쁜 도시로 독일 사람들의 생활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작은 배낭과 크로스 백, 그리고 한 손에는 가이드북과 지도. 이런 모습을 하고 마을을 찾은 낯선이에게 친절이란 선물을 안겨준 사람들 덕분에 하나우와 슈타이나우는 정말 따뜻한 동화 속 마을로 기억될 것 같다. 정영애(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3학년) *후원:고나우여행사(www.gonow.co.kr, 053-428-8000)

사진 : (위)아주 조그마하고 예쁜 마을 슈타이나우의 모습. (아래)이곳 사람들에게 동상은 아주 자연스러운 생활의 공간이다. 마르크트광장에 세워진 그림형제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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