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격랑에 몸 맡기고 동심속으로…이나리강 래프팅

# 1. 급류타기

강이 요동친다. 격랑에 몸을 맡긴 보트는 바위에 부딪치고, 튀겨대는 물살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이다. 비명소리. 푸른 강은 비명도 메아리치지 않고 삼킨다. "우현 앞으로, 좌현은 뒤로." 키잡이를 맡은 가이드의 목소리만 깎아지른 강 옆 절벽에 부딪칠 뿐. 어느새 물살이 조용해졌다 싶으면 '아!' 또 다른 비명을 내지른다. 솟아오른 턱골바위와 짙푸른 백룡담의 절경에 노젓기조차 잊는다.

# 2. 다이빙

4m 높이의 바위 위. '그래, 뛰어내리자.' 하지만 폼만 잡고 돌아설 수밖에 없다. 구명조끼를 입고 강물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지만 쉽지 않다. '래프팅을 즐기러 왔다 이게 뭐람.' 또다시 주춤주춤. "아빠, 힘내세요." 보트에 탄 아이들의 응원 소리도 아득하다. 넉넉해보이는 백룡담의 비경을 가슴에 안고 바위를 박찬다. "풍덩" 한더위로 물은 의외로 차지 않다. 래프팅과는 다른 짜릿한 맛. '그래, 이젠 너희들 용기를 볼 차례다.'

청량산 자락 아래를 흐르는 이나리강은 경치만으로도 괜찮은 여행지다. 강을 따라 굽이도는 도로를 달리면 물빛만큼이나 시원해진다. 하지만 도로를 달리며 먼발치서 감상만 하기엔 아까울 터. 푸른 물과 어울리는 바위, 시끄러운 여울, 소용돌이치는 소(沼)가 이루는 아름다운 강의 속살을 제대로 보려면 래프팅이 최고다.

명호에서 오마교 잠수교까지 7~8㎞ 구간, 두시간 반 남짓 이나리강과의 교감은 말로 할 수 없는 스릴과 희열을 맛보게 해준다.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씻겨 내려가는 건 당연지사. 이나리강은 서너곳의 여울이 급류를 만들어 적당한 스릴이 있고 강 중간에 튀어나온 바위가 없어 경북지역 최고의 래프팅 코스로 자리잡았다.

래프팅의 매력은 여러 명이 함께 장애물을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다같이 노를 저어 보트를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협동심을 키우는 데도 그만이다. 자연을 접하기 어려운 도시 아이들에게 모험심과 용기를 기르는 데도 적격이다. 수상레포츠 가운데 가장 쉽다는 것도 장점. 초보자라도 특별한 훈련없이 간단한 안전교육만 받으면 스릴을 즐길 수 있다.

7월 말. 지금 경북 봉화의 이나리강은 비명과 감탄이 흘러내린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청춘남녀들이 한더위도 잊었다. 이나리강에는 보트를 뒤집을 만한 급류를 아슬아슬하게 내려오는 스릴있는 코스는 없다. 그 대신 동승한 가이드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래프팅을 즐겁게 한다.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기본은 물싸움. 누가 시킨 것도 편을 짠 것도 아닌데 자리를 잡자마자 물싸움은 시작된다. 아이들이건 어른이건 똑같다. 래프팅은 그렇게 한바탕 물에 흠뻑 젖고 나서야 시작된다. 보트 뒤집기, 롤링, 보트를 앞뒤로 흔드는 바이킹, 타이타닉, 다이빙과 보트를 뒤집어 타는 미끄럼틀 등 연출하는 스릴이지만 참가자들은 이내 놀이에 빠져들고 만다. 물놀이처럼 모두가 동심 속으로 빨려드는 건 마찬가지다. 이런 '물놀이'는 물살이 잔잔한 곳에서 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구명조끼와 헬멧을 반드시 착용하도록 되어있어 생각보다 위험하지도 않다.

이나리강 래프팅 기간은 5월~10월까지. 하지만 계곡의 물이 불어나는 6~8월이 성수기다. 비용은 어른 3만원, 어린이 2만5천원. 단체는 할인해준다. 봉화 명호에 청량산수련원 대구래프팅(대구사무소 053-783-5565, 054-673-7784)과 낙동강래프팅(김신현 대표 011-9898-4303)등 10여개 업체가 영업중이다. 대구에선 중앙고속도로 남안동IC에서 안동시내를 거쳐 도산서원을 지나 가는 게 빠르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오가는 길 볼거리=안동에서 봉화 청량산 방향 35번 국도를 따라 18㎞ 정도를 가면 오른쪽에 광산김씨 종택이 있는 오천문화재단지가 있다. 지난해 문을 연 경북도산림과학박물관 5㎞ 전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도산서원 근처의 경상북도산림과학박물관(관리사무소=054-821-0649)은 꼭 들러봐야 할 곳. 4개의 전시실에서 산림의 역사와 자원, 생태 디오라마를 볼 수 있으며 4D영상실 등을 갖추고 있다. 전시물들이 볼만하다. 도산서원은 청량산 쪽으로 1㎞를 더가면 나온다. 35번 국도를 따라 계속가다 온혜리를 지나 가송리에서 오른쪽으로 고산정 이정표가 있다. 이를 따라 들어가면 농암종택이 나온다. 농암(籠岩) 이현보(李賢輔) 선생 종택과 사당이 있던 분천이 안동댐 건설로 잠기게 되자 현재 위치인 도산면 가송리 올미재로 옮겨 지었다. 긍구당(肯構堂)과 사당은 수몰 당시 다른 곳에 급히 옮겨졌다가 두 번째로 이곳에 자리잡았다. 본채는 사당과 안채, 사랑채, 문간채 등 ㅁ자 구조이고 긍구당과 명노당은 별당이다. 사랑채와 안채, 문간채, 별채, 긍구당에서 민박을 운영한다. 이곳서 이나리강은 지척이다.

◆숙박=래프팅 출발지인 명호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조금 가면 삼거리다. 직진이 태백.현동 방면이고 좌회전하면 봉화읍으로 가는 918번 지방도. 이 지방도를 따라 4㎞를 가면 청량산수련원(대구래프팅)이 있다. 폐교를 활용한 이 수련원은 교실을 개조해 만든 200명 수용규모의 숙박시설과 샤워장, 족구장, 원두막, 서바이벌장, 캠프파이어장을 갖추고 있다. 15명-20명 숙박이 가능한 숙소 1개당 8만원. 단체라면 숙박과 래프팅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래프팅 코스 중간쯤 팜스테이 마을인 비나리마을에서 민박을 할 수도 있다. 이 마을 총무인 송성일(017-345-6234)씨에게 연락하면 민박을 알선해준다. 민박과 함께 여러 가지 농촌체험을 해볼 수 있다. 미리 예약하면 서양화가 류준화씨가 지난해 5월 개관한 농촌미술관에서 미술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먹거리=청량산수련원에서 봉화 쪽으로 승용차로 5분 정도 가면 봉성면이다. 이 지역은 매년 돼지숯불축제가 열릴 정도로 숯불구이가 유명하다. 현재 청봉숯불구이(054-672-1116), 오시오식당(054-672-9012) 등 8곳에서 영업중이다. 돼지숯불구이 500g 1만원, 돼지양념구이 500g 1만2천원. 청봉숯불구이 식당에선 단골손님들에게 특별히 즉석 누룽지탕을 내준다. 돼지숯불구이와 맛이 기막히게 맞아떨어진다. 공짜이기 때문에 양은 많지 않다.

사진 : 이나리강 래프팅 중간지점인 백룡담. 높이 4m 정도의 바위 위에서 다이빙을 하는 것도 래프팅도중 즐기는 또다른 스릴이다. 대구 용산중학교에서 온 11가족이 다이빙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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