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림팀장 자술서에 드러난 도청문건 실상

"정권 바뀐후 면직… 보복 밀반출"

전 국가안전기획부의 미림팀에 의한 도청은 상부의 지시에 의해 치밀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26일 드러났다.

공운영 전 국가안전기획부 미림팀장은 이날 오후 자해하기 앞서 작성한 자술서에서 "과거 안기부시절 대공정책실 정보관으로 근무하던중 92년 미림팀장으로 임명받고서 미림 업무를 과학화시키라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직접 인원을 선발, 교육후본격 도청업무를 시작한 바 있다"고 밝혔다.

공씨는 자술서에 '도청문건 보관유출 경위', 본인의 사업에 대해', '지난 대선시 이회창 지원관련', '사회전반에 대한 충언' 등 4개 부분으로 나눠 도청문건의 실상과 그간의 자신의 심경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 상부 지시로 미림팀 운영 각계 인사에 대한 도청은 공씨가 안기부 시절 대공정책실 정보관으로 근무하던중 92년 미림팀장으로 임명되면서 본격화됐다.

공씨는 미림업무를 과학화시키라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일부 인원을 직접 선발, 훈련 교육시킨 뒤 본격 도청업무를 시작했다는 것.

이후 YS당선과 함께 팀 활동을 중지했다가 94년에 또다시 미림팀을 재구성해 도청업무를 재개했으나 DJ 정권으로 바뀌면서 공씨가 직권 면직되면서 중단됐다.

◇ 도태 불안감과 배신감에 밀반출 공씨의 도청문건 밀반출은 미림팀 재구성 과정에서 겪었던 도태에 대한 불안감과 조직에 대한 배신감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공씨는 팀 활동이 중지됐던 시기에 무보직 상태로 있다가 팀장에서 평직원으로사실상 좌천돼 보직이 바뀌었고 또 다시 미림팀 재구성을 지시를 받고 '언젠가는 또다시 도태달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중요 내용을 은밀하게 보관하다 밀반출했다고말했다. 공씨는 자신의 예상대로 DJ정권으로 바뀌면서 일방적으로 직권 면직됐다.

공씨는 자술서에서 퇴직 당한 심정을 "너도 나도 마치 자기들에게 똥물이라도튈까 봐서 아니면 나를 도태시킴으로써 나에 대한 불씨를 아예 없애 버리려는 분위기가 역겹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조직에 대한 심한 배신감마저 갖게 만들었다"고 조직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삼성 약점제시하면 공개 안될 것으로 판단 공씨는 함께 직권면직 당한 A씨로 부터 권유를 받고 삼성측과 사업을 하려는 재미교포 박모씨에게 밀반출해 보관중이던 문건을 처음으로 유출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자술서에 따르면 공씨는 A씨로부터 재미교포 박모씨가 삼성그룹 핵심인사는 물론이고 박지원 당시 문공장관과도 돈독한 관계인데 박씨가 마침 삼성측에 사업을 협조받을 일이 있다며 삼성관련 문건 몇건만 잠시 활용하였다가 되돌려받으면 A씨 자신도 복직에 도움이 될 것이고 공씨 또한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고민하다가 유출을 결심했다.

공씨는 삼성그룹 자체 약점이 될 수 있는 사안만을 제시할 경우 공개될 수 없는것 같은 단순한 판단을 내린끝에 A씨, 박씨 등과 접촉, 박에게 전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공씨가 박씨로부터 삼성측과 협상이 여의치 않다는 결과를 듣고 즉시 반납을 받았고 국정원에서 도청문건이 유출됐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오자 감찰실 요원에게 보관중이던 테이프 200여개와 문건을 반납했다.

박씨는 그러나 계속해서 삼성측을 협박했고 이 사실을 안 공씨가 박씨를 설득해약간의 여비와 미국행 항공권까지 구입해 미국으로 되돌려 보냈다.

박씨가 이 과정에서 "삼성놈들은 정말 나쁜 놈들이라서 꼭 보복하려고 했었는데죄없는 본인(공씨)을 생각해서 이만 끝내겠다"는 말을 해 공씨는 더 이상 사건이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안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 박씨의 아들이 A씨를 찾아왔고 이어 MBC기자가 A씨에게 취재를위해 만나자고 연락이 오면서 도청문건 존재 사실이 알려지게 됐고 문제가 걷잡을수 없는 지경으로 발전했다는 것.

◇'개인차원서 이회창 후보 지원' 공씨는 94년(97년을 착각한 듯) 대선 당시 DJ가 당선되면 엄청난 불이익이 예상돼 은밀히 선을 대 (이회창 후보를) 지원한 바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이 후보를 지원한 것은 본인 자신을 위해 했을 뿐이고 어떠한 의혹도 없다며 진실이라고 강조하고 지난 대선때도 순수 민간차원에서 지원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가입자 유통사업 적자' 공씨는 자신의 사업이 조그만 구멍가게 수준임에도 언론에서 과대평가되고 있다면서 통신가입자 유치사업을 해왔으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내경기 악화로 평균 월수 1천800여만원 수준으로 직원 봉급, 사무실임대료를 지출하고 나면 매월 몇 백만원의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공씨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부채 3억원과 퇴직금(복직과 함께 지급받은명예퇴직금)으로 친지 한명을 영입, 공동대표로서 영업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는 것.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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