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이 정국을 강타하면서 국민들이 불법 도·감청 공포에 떨고 있다.
지역에서도 기관장들의 모임도 '도청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으며 시민들의 무선 도청기나 몰래카메라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편에서는 불법적으로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찾아내려는 숨바꼭질도 계속되고 있다.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타인의 비밀을 엿보려는 잘못된 세태에 온 사회가 신음하고 있다.
▲'나를 엿보고. 엿듣고 있다' 공포 확산
다음달 1일부터 여자친구와 함께 3일간 휴가를 떠날 예정이라는 회사원 정모(30)씨. 정씨는 최근 인터넷 음란사이트에서 떠돌고 있는 '수영장 탈의실 몰카', '모텔 실제 동영상' 등을 본 이후 무선도청·몰카 휴대용 탐지기를 4만원에 구입했다. 정씨는 "다중이용시설 곳곳에 도청기나 몰카가 설치돼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다 실제로 몰카 테이프가 곳곳에 떠돌아 두렵다"고 했다.
몰카 탐지기 등 통신보안 제품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역의 한 탐지기 판매업체에 따르면 무선도청·몰카 탐지기에 대한 문의가 하루에도 수십건에 이르고 또 휴가철이 시작된 이달 중순부터 지금까지 300개 이상의 탐지기를 팔았다는 것.
대구의 휴대용 탐지기 판매업체인 CC통상 대표 조태호(38)씨는 "여관이나 모텔, 호텔 화장실, 탈의실 등의 벽시계나 천장 속에 작은 구멍을 뚫어 송신기를 장착, 무선으로 전파를 보내는 첨단장비까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며 "사업가에서부터 연인들까지 휴대용 탐지기 구입을 원하고 있으며 판매도 크게 느는 추세"라고 전했다.
▲호황 중인 도·감청, 몰카 산업
대구 북구에 살고 있는 김모(60·여)씨는 올 초부터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줄 업체를 찾고 있다. 남편(62)이 새로 셋방을 얻어 나갔는데 식당 아주머니와 바람이 난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 김씨는 지역의 한 '통신보안업체'에 "남편 셋방 옆에 방을 하나 더 얻어볼테니 침대 머리맡에 몰카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26일 오후 1시쯤 대구 중구 교동시장 내 전자 골목. 업자들은 한결같이 '도청기나 몰카를 취급하지 않는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수소문 끝에 만난 도청 탐지업체 관계자의 말은 전혀 달랐다.
그는 "신분이나 용도를 숨긴 채 도청기, 몰카를 구해줄 수 없느냐는 문의가 꾸준하다"며 "서울 세운상가, 용산상가에서 도청기, 몰카 등을 음성적으로 팔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대구에서도 신분 확인을 거쳐 몰래 팔고 있는 업체가 있다"고 귀띔했다. 심지어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도청장치를 해 달라"는 문의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 경쟁업체의 비밀, 배우자의 부정 등을 캐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보기 위해 도청기, 몰카를 설치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관계자들의 얘기였다.
일부 업자들은 "무선 도청은 예전 방식이고 이제는 몰카를 설치하려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안전지대는 없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서는 '도청', '몰카' 전문꾼들의 음성적인 접촉이 활발하다.
한 포털사이트 인터넷 카페 '스파이007'의 경우 각종 도청, 감청 기술 및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또 '도청전문가모임', '휴대폰 도청', '무엇이든 보여드립니다' 등 불법 도·감청을 선전하는 블로그나 카페가 20여 개가 넘는다.
한 카페 가입자는 "한때 '폭탄제조사이트', '자살사이트'가 유행했지만 '도청·몰카 사이트'의 인기는 숙지지 않고 있다"며 "최근 이들 기기의 기술이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발달했다"고 말했다. 엄지 손톱만한 송신기를 벽시계나 천장에 붙여놓으면 촬영하거나 상대방 대화 내용을 반경 2km이내에서 수신할 수 있는 첨단 장비도 나돌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설령 가정집, 사무실에서 도청장비를 발견해 수사의뢰를 하더라도 수신자가 멀리 떨어져 있어 누가 어떻게 설치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스스로 알아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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