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가문의 위기' 촬영현장을 가다

마루 널찍한 한옥집에서 예비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로 보이는 두 여인이 상견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 집안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

왼쪽 벽에는 단검, 장검, 회칼 등 다양한 종류의 칼들이 전시돼 있고, 오른쪽 역시 산업혁명시대의 고풍스런 권총부터 소총, 기관총 등 백화점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총기류가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더욱 엽기스럽다.

"어머니, 저 총기들은 등록된 건가요?" "(당황해 하며)그, 그럼. 당연히 했지."

"다행이네요. 요즘 불법무기 자진신고기간인데…." "저거 다 장난감 총들이야. 어디 쏴 봐 한 번, 쏴 봐!"

"저 사시미 칼들은 날이 제대로 섰는데요?" "어, 그거…. 회 떠 먹을려구. 여수는 생선이 좋잖여~."

예비 며느리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와 예비 시어머니의 진땀나는 둘러대기가 진행되는 이곳은 경기도 양수리 서울종합촬영소 운당세트의 영화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감독 정용기,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촬영 현장.

조폭 집안의 체질 개선을 위해 학벌 좋은 며느리를 들이려던 백호파의 대모 홍덕자 여사(김수미)가 예비 며느리감이자 강력부 여 검사 김진경(김원희)을 맞아 쩔쩔매는 장면이다.

섭시 35도를 오르내리는 뙤약볕 속에 습도 마저 높은 날씨는 가히 살인적이다.

하지만 명색히 상견례 장면인지라 한복과 긴팔 정장 등을 갖춰 입은 배우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을 솟게 할 정도다. 코디네이터들은 촬영이 멈출 때마다 배우들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찍어내기 바쁘다.

이런 와중에 '일용엄니' 김수미의 존재는 촬영장의 청량제나 다름없었다.

돌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예측불허의 애드리브는 폭소를 자아내며 더위를 잊게 했고, 어머니의 심정으로 자식같은 스태프들과 후배 배우들을 위해 간장게장이며 묵은지 등 음식들을 손수 챙겨와 사기를 북돋았다.

김원희 탁재훈 신현준 등 출연 배우들은 서로 워낙 친한 사이인데다 분위기 띄우는데는 선수인지라 틈틈이 알아서들 자체쇼를 펼치며 촬영의 고단함을 잊게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전작인 '가문의 영광'과 차별화를 선언하며 개명에 나선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는 90% 정도 촬영을 마쳤으며, 오는 9월8일 개봉될 예정이다.

스포츠조선 신남수 기자 del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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