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아건강 365-(6)치과용 약

잇몸 질병 치료효과 있을까

치주 질환(풍치)의 치료를 위해 치과를 찾는 환자의 대부분은 잇몸 약을 먹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단순 잇몸 치료(스케일링) 후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잇몸 약(이가탄이나 인사돌)을 처방해 달라는 것이다.

처방하는 것은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런 약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잇몸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환자들이 이런 부탁을 하는 근본 원인은 제약회사의 엄청난 광고공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들 광고는 일반인들에게 '잇몸질환 치료는 약으로 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잇몸질환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잇몸질환의 원인이 프라그(Plague:세균집합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 역시 치약광고에서 카피로 쓰여 알려졌지만, 이런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은 1960년대로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1990년대가 되면서 프라그가 세균 한 마리 한 마리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막을 이룬 바이오필름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세균 하나하나에 작용하는 기존의 항생제는 효과가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잇몸질환 치료 연구방향은 바이오필름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현재 밝혀진 사실만 본다면, 바이오필름을 제거하는 화학적, 물리적 방법이 잇몸질환 치료법으로 불릴 수 있다.

잇몸질환 치료제 광고는 아주 심한 잇몸질환에도 약을 먹으면 갈비도 뜯고, 피사의 사탑도 바로 세울 수 있는 것처럼 보여준다. 잇몸병이 거의 기적에 가깝게 치유되는 것이다. 여기에 환자들은 매료된다.

잇몸 약(이가탄)의 성분을 한번 알아보자.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로 만들어진 '생약제제'인 인사돌과는 달리, 이가탄은 몇몇 성분으로 이뤄진 복합성분제제다. 성분을 살펴보면 1캡슐 당 염화리소짐(Lysozyme Chloride) 15mg, 카르바조크롬(Carbazochrome) 1mg, 호박산토코페롤 칼슘(Tocopherol Succinate) 17mg, 제피아스코르빈산(Coated Ascorbic Acid) 78mg 등이 함유돼 있다. 카르바조크롬은 허약한 모세혈관으로 인한 출혈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모세혈관 안정제로 아드레날린 산화물의 한 종류다. 염화리소짐은 항균력이 있어 침입세균으로부터 생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잇몸질환의 이유는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단순한 세균의 문제가 아니라 바이오필름이라 불리는 세균막 때문이다. 따라서 염화리소짐의 항균력이 바이오필름에 얼마나 작용을 할지는 알 수 없다. 나머지 성분은 비타민 C와 비타민 E다. 잇몸질환으로 인한 출혈을 줄이거나 비타민을 섭취함으로서 생기는 효능은 기대할 수 있지만, 잇몸질환치료제라는 이름에서 사람들이 흔히 기대하는 효과는 없는 셈이다. 말하자면 '잇몸건강보조제' 정도의 이름이 옳을 듯하다.

얼마 전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치과의사 87%가 잇몸 약을 처방하지 않는다. 그 이유로 47.6%가 '효능이 없을 것 같아서'라는 대답을 했고, '환자가 오남용할 것 같아서', '효능에 비해 경제적인 부담이 클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 각각 23.4%였다.

치과의사들 중 절반은 잇몸질환치료제가 효능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머지 반은 잇몸약이 과대평가돼 있다는 이유 때문에 환자에게 권하지 않는 것이다.

잇몸질환은 기본적으로 세균으로 인한 것이고, 물리적으로 그것을 없애는 것 외에는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 만약 약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면 화학적으로 세균 덩어리(바이오 필름)를 녹여내는 기능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굳이 약을 먹어야 한다면, 치과에서 세균막을 제거하는 시술(치석제거술 및 치은 소파술 정도)을 한 후 회복에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보조제로서 복용하기를 권한다.

김교영기자 도움말:대구시치과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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