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미화가 만난 사람] 가톨릭 생명운동 앞장 이창영 신부

"난치병 치료 성체줄기세포 이용해야"

한국가톨릭이 왜 정진석 서울대교구장은 물론 김수한 추기경까지 나서서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할까? 황 교수팀이 행하는 일련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꽉 막힌' 듯한 한국의 경제난에 숨통을 틔어줄 원동력인 것처럼 대중들에게 비치고 있는데, 무슨 연유로 국민적인 관심사에 반대기치를 높이고 있을까?

가톨릭 생명운동을 이끄는 견인차이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무국장인 이창영신부(가톨릭신문 주간)는 "황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가 생명을 살리는 일에 반(反)하기 때문"이라고 잘라말한다.

◇ 배아줄기세포도 성장하면 인간이 됩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되면 그때부터 생명이 시작됩니다. 그런데도 수정된지 14일 이전 배아기의 줄기세포를 생명이 아닌 것처럼 마음대로 실험하고 조작하고 복제하고 폐기하는 연구는 극도로 위험한 반생명 사상"이라고 지적하는 이신부는 "배아줄기세포도 자궁에 착상되어 정상적으로 성장하면 사람이 되지, 개나 소가 되는게 아니며, 그런 배아를 실험용 도구로 마음대로 쓰고 버리거나 복제할 권위를 인간은 그 누구도 부여받지 않았다"고 못박는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무제한의 지원 결정은 그 부작용이나 독소적 기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경제적 가치만을 앞세운 단견이자 생명의 시원인 배아를 살해하는 행위"라는 이신부는 이런 횡포는 인간생명의 시작점에 대한 견해차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말한다.

◇ 인간 생명의 시작점은 어디?

황교수를 비롯한 일부 생명공학자들은 인간 생명의 시작점은 배아기를 지나 수정란에 원시선이 나타나는 때로 보고 있지만 미국의 헬렌 피어슨이라는 과학자는 수정란의 원시선이 수분 혹은 수시간 내에 발견됐다고 보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미국 등지에서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보통 인간은 수정된후 신생아로 태어나기 까지 수정란→배아기→태아기→신생아기 4단계를 거친다.

가톨릭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수정되는 순간부터 생명이 시작된다고 보는 반면, 일부 생명공학자를 포함한 황교수팀은 배아기(수정된지 14일)를 지나야 생명이 시작된다고 여기는데 차이가 있다.

◇ 인간 배아가 자라면 개나 원숭이가 됩니까?

수정된지 3~5일(포배기)의 배아줄기세포는 간이나 신장 등 어떤 장기로도 성장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만능세포여서 황박사 팀이 이를 난치병, 불치병 치료에 이용하려는 것.

이에 대해 이신부는 "그럼 수정된지 13일59초된 배아는 생명이 아니어서 마음대로 실험해도 좋고, 그 1초 뒤인 14일된 배아는 생명으로 자라나는게 맞습니까. 운나쁘면 실험도구로 쓰이고, 운좋으면 사람이 되는 식으로 생명이 좌우된다면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에서 찾아야합니까?"라고 반문한다.

"배아가 성장하면 혹시 원숭이나 개가 될 확률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인간 아닌 동물이 될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배아줄기세포는 자라면 반드시 인간이 됩니다."

수정란이 자라면 반드시 인간이 되는데, 그런 '배아의 지위'가 연구팀에 의해서 박탈당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

◇ 성체줄기세포가 대안이다

황우석 박사는 18명의 여성으로부터 185개의 난자를 체취했다. 물론 이과정에서 홀몬을 투여,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대량 뽑아냈다.

"가톨릭에서 난치병 치료제 개발을 반대하는게 아닙니다. 난치병의 극복하기 위해 교황청내 생명학술원까지 만들어 전문의료팀들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치병, 난치병의 대안이 배아줄기세포 연구 뿐이냐하면 그건 아니죠. 성인의 태반이나 탯줄에서 줄기세포(=성체줄기세포)를 끄집어내, 알츠하이머나 백혈병 치료제를 만들어냈습니다. 동아대에서는 백혈병 여자아이를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완전히 치료했습니다. 성체줄기세포를 통한 난치병 치료제 개발은 이미 임상실험을 거쳐서, 활용 단계입니다."

◇ 미국에서는 배아복제금지법 발효중

이신부는 살아있는 생명을 건드리지 않고 체취할 수있는 성체줄기세포를 통한 난치병 치료제 개발은 인간생명을 침해하지 않아서 좋은 대안이라고 말한다. 실제 강남성모병원 오일환 교수팀은 성체줄기세포로 난치병을 치료한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기실 국내에서 황우석 연구팀의 성과에 대해 환호일색일때 외국 언론들은 상당히 비판적 기사를 많이 내보냈지만 국내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외국에서도 배아줄기세포를 복제할 기술이 없는게 아니다, 단지 미국에서는 배아복제금지법이 발효중이고, 여성난자체취도 법으로 막고 있어서 단지 연구가 진전이 되지 않을 뿐이죠."

이미 죽은 태반이나 탯줄 들에서 추출하는 성체줄기세포는 생명윤리를 훼손하지 않는다. 성체줄기세포를 추출하기어렵다하더라고 인간생명을 존중하는 이분야로의 연구가 더 활성화, 국제적으로도 인간생명을 존중하는 나라로 인정받으면서 난치병을 다스릴 명치료제를 개발할 수는 없을까?

글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imaeil.com

사진 정재호 편집위원 jhchun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