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산물(생물) 택배, 배꼽이 더 커

19일 김천시 백옥동의 김천농협 농산물 집하장. 농가에서 막 따온 포도들을 모아 서울, 부산 등 농산물 도매시장으로 보내기 위한 상·하차 작업이 한창이다. "포도 몇 상자를 사서 택배를 통해 대구로 보낼 수 있느냐"고 묻자 농민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배송 과정에서 파손이 많아 반품률이 높고 상자당 5천 원 정도인 택비 비용이 골칫거리라는 것.

생물, 저단가 농산물을 전문 취급하는 농산물 전문 택배회사가 없어 농촌지역 전자상거래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천농협 윤재천 지도과장은 "농산물 배송을 일반 택배회사에 의뢰하면 짐짝처럼 다뤄 파손으로 인한 반품률이 높아 반품비용 부담까지 떠안는 데다, 유통기한 때문에 반품된 것을 버려야 해 생물 전자상거래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아쉬워했다.

시설 포도를 재배하는 유창우(47·김천시 백옥동)씨는 "포도를 택배로 주문받는 경우가 있지만 소량인데다 파손 등으로 반품률이 많아 이젠 아예 거절한다"고 말했다. 김천 구성농협의 경우 지난해 여름 홈쇼핑을 통해 자두 판매에 나서 1억여 원어치를 팔면서 대박을 터뜨리는 듯했으나 반품률이 20% 정도나 되면서 이익금을 거의 남기지 못했다.

강영규 지도판매과장은 "자두는 상온에서의 유통기한이 1주일 정도에 불과해 배송했다가 한 번 반품되면 그냥 버려야 한다. 판매 확대를 위해선 소비자 직결의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돼야 하지만 생물을 취급하는 택배회사가 없고 비용도 비싸 전자상거래가 요원하다"고 말했다.

김천시 부항면에서 4천 평 농사를 지어 땅두릅, 자색 양파·감자 등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연중 배달해주는 '농산물 소비자 회원제'를 시도하는 이상혁(41)씨는 "저단가 농산물 전자상거래의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비유가 딱 맞다"고 잘라 말한다. 6천 원 하는 양파 20kg 한 망태기와 8천 원하는 감자 20kg 한 상자의 배송비가 4천, 5천 원씩이나 들어 배송비를 생산자, 소비자 어느 누가 부담하든 이야기가 안 되는 거래라는 것.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e쇼핑의 한 관계자는 "농산물의 경우 먼저 포장박스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전문택배회사들도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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