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명 사찰의 상당수는 신라시대 원효'의상'자장이 세웠다는 창건 기록을 가지고 있다. 왕래나 물물 수송이 불편했던 당시 세 스님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절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을 터지만 이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지 않은 곳이 드물다. 이들이 차지하는 우리 불교계의 큰 위상이 사찰마다 인연을 내세우게 한다. 남해를 지방자치단체는 제각각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축제를 열고, 그 역사적 의미를 지역과 연결한다.
○…전북 익산과 부여는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로 유명한 백제 무왕을 놓고 각축을 벌인다. 서동이 태어난 익산과 서동이 무왕으로 즉위한 뒤 활동한 부여가 서로 연고권을 내세운다. 시인 이육사의 고향 마을 안동 도산면에는 그의 문학관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포항 호미곶에는 그곳 포도원에서 시상을 떠올려 '청포도'를 썼다고 '청포도 시비'가 세워져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덕에 더 유명해진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의 사상과 정신을 연구하는 산실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만해기념관은 남한산성 행궁 옆에도 시비와 함께 세워져 있다. 그의 고향 충남 홍성군도 생가 주변에 기념관과 시비공원을 조성키로 했다. 특산물을 놓고 벌이는 경쟁으로는 대게가 단연 꼽힌다. 원산지가 누구냐는 논쟁에서 시작, 지금은 울진군과 영덕군이 각각 대게 축제를 연다. 전남 무안군과 전북 무주군은 연꽃차와 반딧불축제를 열며, 다른 지역이 비슷한 캐릭터나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아예 특허를 출원했다.
○…이번에는 전설 속의 주인공 '콩쥐 팥쥐'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는 전북 김제시와 완주군이 제각각 '콩쥐 팥쥐 집'을 짓기로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의 배경인 전주 서문밖 30리를 고증한 결과 그들의 고향이 서로 자기 지역 마을이라는 이유를 댄다. 체험학습장, 농촌체험장 등도 지어 콩쥐 팥쥐의 관광 가치 선점 경쟁을 벌인다. 덕택에 갑자기 그들의 집이 두채나 생기게 됐다.
○…역사적 인물을 둘러싼 연고 경쟁은 세계 곳곳이 마찬가지다. 관광명소마다 역사적 인물의 흔적을 보존하고 알린다. 시대적 흐름에 당연한 추세라 할 만하다. 그러나 역사적 인물이나 특산물을 둘러싼 지역 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역사속 인물이 자칫 제삿날 제집을 찾기마저 헷갈리지 않을는지….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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