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교육청-전교조 단체교섭 '난항'

경북교육청과 전교조 경북지부간 힘겨루기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28일 오후 3시 도교육청 1층 사무실. 6, 7명의 교사들이 이곳저곳에 앉아 도교육청의 무성의를 비난하고 있었다. 이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선풍기 한대에 의지한 채 기약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경북교육청과 전교조 경북지부의 단체교섭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51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4년마다 하는 단체교섭이지만 이처럼 오랜 시간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도승회 교육감이 병으로 일주일간의 수술과 요양 등으로 한달여 자리를 비우면서 협상은 아무런 진전이 없다.

교섭이 장기화하면서 노조와 교육청 모두 지쳐버린 상황. 하지만 양쪽 모두 한계에 달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당초 입장을 바꿀수 없어 팽팽한 대립만을 계속하고 있다. 교육청측에서 지난 7월 4일 '최종안'을 제시하고는 더 이상 내 놓을 것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물러설 수 없다

교육청과 전교조와의 입장 차이가 가장 극명한 부분은 단체교섭 사항의 적용범위. 전교조측은 조합원 중 상당수가 사립학교에 근무하고 있으므로 교섭 내용을 사립교원에도 동일하게 적용해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교육청 측은 이를 전혀 받아들일수 없는 요구라는 것이다.

전교조 측은 "타 시도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된 부분이므로 교육청 측에서 최소한 사립학교에 대해 행정지도를 하겠다는 정도의 양보라도 해 달라"며 "서울·경기·강원·광주·전북·인천·전남교육청에서는 사립학교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단서가 단체교섭 조항에 포함돼 있으며, 대전·경남·충북에서는 '모든 조합원에게 적용한다'는 문구로 사립교원 적용문제를 포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교육청의 관리 범위에 있는 단체교섭의 대상자는 공립학교 교원일 뿐, 사립학교는 재단 이사장에게 권한이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황대철 전교조 경북지부 대변인은 "학교 운영비용의 상당부분을 교육청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학교 운영에 관한 대부분 사항을 교육청이 통제하는 등 현실적으로 완전한 사립학교가 아니라 정부 지원과 통제 속에 있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교원의 고용과 처우에 대해서만 모든 권한이 이사장에게 있다는 핑계는 납득할 수 없다"며 "현실을 너무 무시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교조와 교육청은 학업성취도 평가의 표집 평가 전환, 어린이날 등 교원노조의 교육활동 관련 행사 지원, 지역교육청과 전교조 지회와의 협의회 구성과 업무 협조 등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의 성과라도

교섭이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전교조 협상 대표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 마찰을 빚고 있는 쟁점사항 중 한두 개의 성과는 얻어야 농성을 풀수 있는 명분이 생기지만 교육청이 입장을 굽히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더구나 병환 중에 있는 도교육감을 상대로 단체행동을 할 수도 없어 무더운 날씨 속에 애만 태웠다. 교육감이 다시 출근하는 이번 주부터 협상의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것마저 교육청이 기존 입장만 고수하는 바람에 변화가 없다. 지난 26일 오후에도 협상테이블에 앉았지만 단 하나의 합의도 이루지 못한채 자리를 뜨고 말았다.

이영우 교육국장은 "전교조의 요구사항을 아무리 검토해봐도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하루 빨리 교섭이 타결되기를 바라는 심정은 노조측과 같지만 교육청의 입장으로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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