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CEO 탐구] (4)스트레스 해소 비결

열받은 회장님은 운동중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직업'인 기업의 CEO(최고경영자). 미래 경영전략을 짜고, 조직관리에 심혈을 쏟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경영실적에 대한 압박감과 대외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자칫 건강을 잃을 수도 있는 직업이다.

특히 CEO의 건강은 개인적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CEO 건강 이상설이 나돌면 그 자체가 기업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만큼 CEO들은 건강의 적인 스트레스에 잘 대처해야 할 터. 누구보다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CEO들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서부터 운동, 음악·영화 감상 등 나름의 비법으로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있다.

◇ 운동으로 스트레스 날려버리는 백화점 CEO들

거대 유통업체인 롯데에 맞서 지역 백화점 위상을 고수하고 있는 동아·대구백화점. 경기침체에다 날로 치열해지는 유통업체간 경쟁 속에서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두 백화점 CEO들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고 있을까.

이인중 화성산업(주)동아백화점 대표는 주로 회사와 관련된 일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놨다. "경영실적이 호전돼 여러 지표들이 좋은 결과를 보이고, 그에 따라 회사 가치도 상승하는 경우엔 매우 기분이 좋지요. 그러나 실적이 예상과 달리 나빠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고객 기대에 미흡한 일이 터져 기업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줄 때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곤 합니다."

스트레스를 즉시 해소하지 않으면 병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이 대표는 운동과 클래식음악 감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있다. 정기적으로 테니스를 치고, 지인들과 골프도 치며, 등산을 하기도 한다. 평소 관심이 많은 클래식음악을 감상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기도 한다.

구정모 대구백화점 대표도 경영실적에 대한 압박감과 대외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다며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는 것이 건강은 물론 기업 경영에 활력소가 된다고 했다. "경영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짐에 따라 긴장을 늦출 수가 없고, 이는 몸과 마음의 피로로 연결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미래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불안하지만 미래를 개척해야 하는 것이 CEO의 숙명이자 역할이지요." 구 대표는 스트레스가 생기면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돌파해 이기려 노력한다. 늘 마음을 밝게 갖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 노력한다는 것. 아침 저녁으로 수성못을 다섯 바퀴 정도 걸으며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기초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 "스트레스, 마음먹기 달렸어요."

이화언 대구은행장은 순간순간 스트레스와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털어놨다. "은행장이 결정을 잘못하거나 방향성을 잃어버리면 은행 전체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 행장의 스트레스 해소비결은 긍정적 사고를 갖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가능한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 노력합니다. 대부분의 스트레스는 '마음먹기'에 따라 해결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도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으면 일찍 귀가해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일찍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오늘 할 새로운 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어제의 스트레스는 한순간에 없어진다는 얘기다. 운동과 음악도 이 행장이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비법들. 매일 아침 집 근처 화랑공원에서 7천 보를 걷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등 하루에 꼭 1만 보 이상을 걸으려 노력한다. 적절한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이 행장 지론이다.

대학 강단에 섰을 때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스트레스를 받는 곳이 기업이구나란 생각이 든다는 정충영 대구도시가스 대표. 처음 얼마 동안은 그러한 스트레스 때문에 심신이 피곤했다고 했다. 기독교인인 정 대표의 스트레스 해소비결은 묵상.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켜주시리라'란 성경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이 말씀을 계속 묵상함으로써 대부분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고 있습니다." 영업실적과 관계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대범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는가를 점검하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힘에는 한계가 있음을 기억하며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고 정 대표는 털어놨다.

◇ 운동할 시간을 남겨두고 약속잡는 CEO

"한 회사의 CEO를 맡아보니 건강과 체력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제진훈 제일모직 대표. '친구나 명예를 잃는 것은 일부를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다'는 문구를 신조로 건강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

그의 건강 비결은 몸에 나쁘다는 것은 입에 대지 않는 것. 단지 혀의 즐거움을 위한 것은 도움이 될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음식 조절만으로는 건강을 유지하기에 부족하다고 믿는 제 대표는 매일 1시간씩 헬스를 꾸준하게 하며 건강을 다진다. "출장이나 그 외의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운동할 시간을 남겨 두고 약속을 잡습니다. 런닝머신이나 사이클링을 하고 나면 몸도 가뿐하고 정신도 맑아집니다."

대구 본사 이전을 목전에 두고 있는 LCD TV 제조업체 디보스 심봉천 대표도 헬스장에서 땀을 흘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낙천적 성격으로 매사를 긍정적으로 풀어나가는 편이라고 봅니다. 매일 아침 헬스장에 가서 땀을 쏟으면서 스트레스도 날리고 하루의 일과나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지요."

보국건설 남병주 대표는 "말을 아끼는 성격이라 스트레스를 받아도 이를 자주 표현하지는 않는 성격"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술이나 헬스, 마라톤, 골프, 등산 등을 통해 해소하고 있습니다."

◇ 영화·노래·게임으로 스트레스 해소

차량용 컴퓨터 등을 만드는 맥산 백광 대표는 열정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는 직원들을 볼 때는 스스로도 힘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지지만 반대 경우를 보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놨다. 스트레스가 과중하게 쌓이면 백 대표는 영화를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 특히 좋아하는 공상과학영화를 보면 스트레스를 떨쳐버릴 수 있다고.

김연수 새한 상무(구미공장장)도 팀 워크가 깨졌을 때, 리더로서 예측을 잘못했을 때(방향을 잘못 잡았을 때), 결과보다는 과정이 나빴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밝혔다. 정면돌파, 선제공격, 명상 또는 게임이나 놀이에 집중하는 방법을 통해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있다.

진광환 김천 한일인더스트리 대표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다소 독특하다. 사람에 의해 생긴 스트레스는 사람으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그는 친구나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놀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술을 한 잔 마시고 아주 고음으로 노래를 하지요. 어떤 의미에서는 고함을 지르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가끔은 순간적으로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수상스키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도 합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사진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일 인더스트리 진광환, 동아백화점 이인중, 제일모직 제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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