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세대 실버' 황진하·최재옥씨 부부

"행복한 가정 꿈꾼다면 양성평등 실천해봐요"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려 들지요. 조금씩 조금씩 서로가 양보하다 보면 어느샌가 평등해집니다. 행복한 가정은 먼 곳에 있지 않고 평등 속에 있습니다."

구미시 원평동에 사는 황진하(66) 최재옥(62)씨 부부. 이들은 지난 22일 울진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제10회 여성주간기념 경북도 여성대회에서 올해 경북도 '평등부부상'을 받았다.

이들 부부는 오랫동안 사회를 위해 각종 봉사를 펼치고, 가정에서도 무슨 일일이든 서로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나누고 희생하는 양성(兩性) 평등을 몸소 실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이번에 받은 것이다.

현재 남편 황씨는 구미시 원평동에서 여관을 경영하고 있고, 부인 최씨는 대한적십자봉사회 구미지구 협의회장을 지내고 있다. 올해로 결혼 42주년째. 이들 부부는 어릴적 부터 오빠와 동생으로 자란 후 결혼한 '동네커플'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 사회봉사 활동의 경우 3년째 적십자봉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부인 최씨가 주로 먼저 일을 벌려 놓는다.

가령 적십자회원들과 함께 홀로 살면서 신체나 정신 장애까지 겪고 있는 노인가정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씨는 딱한 모습이 너무 안됐다 싶어 봉사회의 적립기금은 염두에 두지않고 자기도 모르게 비용을 과하게 지출할 때가 종종 있다는 것.

최씨는 "남편은 대충 눈치를 채고 겉으로는 '적당히 하라'는 식으로 푸념 섞인 말을 던져 놓지만 어느샌가 바닥난 기금을 충당해 준다"면서 "정말 이럴때 사회봉사의 기쁨을 두배로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4, 5년 전 쯤 아들이 30대 중반에 갑작스런 병을 얻어 세상을 뜨고 난 뒤부터 최씨의 봉사 활동은 더욱 열성을 띠게 됐다. 아들을 빨리 잊고 싶어서 그런지도 모른단다.

부창부수(夫唱婦隨). 공무원 출신인 남편 황씨는 부인의 봉사 활동 뒷바라지를 하면서 나름대로의 사회 봉사도 하고 있다. 최씨는 봉사활동 '7천시간 상(賞)' 등 표창을 받는 등 '생활이 곧 봉사'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서부봉사관 윤선옥 실장은 "평소 최 회장의 어려운 이웃돕기및 후원자 결연, 홀몸노인 급식·목욕봉사, 새터민(탈북자) 돕기 등 각종 봉사활동에 대해 남편인 황 사장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 돕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부부는 재산권을 공동 분배했다. 황씨는 현재 살고 있는 집과 객실 21개 짜리 여관을, 최씨는 400여 평의 전·답을 각각 분할 등기해 놓고 있다.

황씨 부부는 "부부 간에 재산을 놓고 계약을 맺는 것은 너무 각박하다거나 부부간에 내 것과 네 것이 따로 없다고들 하지만 재산권의 공동 분배는 실질적인 부부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 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사진 : 부부 평등을 실천하고 있는 황진하(66) 최재옥(62)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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