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 5일제 한달 '新 풍속도'

주 5일 근무제 한 달째.

하객들의 휴일을 방해하지 않겠다며 주중에 결혼식을 올리고, 심한 월요병에 시달리면서도 '월요 음주'가 늘고 있다. 맞벌이 주부는 밀린 집안일을 하고도 푹 쉴 수 있다며 행복해 한다. '휴(休) 48시간 신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주중에 결혼하겠다' 문의 늘고, 토요 예식도 늘어

올 10월 결혼 예정인 김근탁(31·대구 달서구 신당동)씨는 신부 측의 권유에 따라 예식장을 금요일 오후쯤으로 예약하기로 했다. 20년간 교직 생활을 하고 있는 장인이 "굳이 하객들의 휴일을 방해할 필요 없이 금요일에 결혼하고 곧 신혼여행을 떠나도록 하라"고 주문했기 때문. 김씨는 "예식장에 알아보니 주중에 결혼식을 올리면 20만~70만 원에 달하는 홀 사용료가 무료며, 주차장 확보도 쉬운데다 뷔페 이용료도 일부 할인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굳이 일요일에 결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주부 김이양(48·수성구 지산동)씨도 "친구 아들이 지난주 금요일 서울에서 결혼한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올라갔는데 그 예식장에만 그날 결혼식이 2건이 있더라"고 했다.

대구지역 예식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목, 금요일 예식이 많지는 않지만 문의전화가 크게 늘고 있으며, 일요일보다 토요일 예식은 급증했다고 한다.

북구 산격동에 있는 전자관웨딩플라자는 올해만 4번의 '금요일 예식'을 치렀다. 강현철(35) 총책임자는 "'금요일 저녁에 예식장 예약을 할 수 있냐'는 문의전화가 많다"며 "내년부터는 '주중 결혼'이 자리 잡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주중 결혼의 경우 음식이 좋고, 주차가 쉬워 교통체증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식대나 홀 사용료를 할인해 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요일 결혼도 크게 늘고 있다. 지역 예식업계에 따르면 토요일 하루 평균 예식장 예약이 3~8건 정도에서 12~18건 정도 늘었다는 것. 토요 예식 시간대도 지난 6월달까지 1~2시에서 12시, 1시, 2시, 3시까지 늘어 일요일 예식장 예약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ㅇ예식장 예식담당 관계자는 "아직은 혼주들이 '일요일에 결혼해야 하객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토요일에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도 크게 늘고 있다"며 "홍보만 잘 된다면 토-금·일요일 순으로 예식일이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목요일 회식, 월요일 음주, 놀토증후군 등 생활패턴 바뀌었는데…

공무원 김모(45·달서구 상인동·행정7급)씨는 "부서 회식이 금요일에서 목요일로 바뀌었고 매주 월요일 아침은 마치 긴 휴가를 다녀온 것처럼 멍한 상태로 업무지장이 크다"고 했다. 주5일 근무로 기존의 생활패턴이 바뀌는 과도기에 있다는 것. 김씨는 "토요일마다 가족들과 함께 주말농장을 방문하거나 등산을 하는 등 취미생활을 시작하는 직원들이 많아져 부서 회식은 목요일 밤으로 잠정 합의됐다"고 덧붙였다.

회사원 이무창(38·북구 관음동)씨는 "사흘간이나 헤어졌던 동료들을 만나 주로 월요일에 술자리를 가지는 '월요 음주 신드롬'이 일고 있다"며 "월요일 밤이면 술집마다 손님들이 꽉 차 마치 예전 금요일 밤을 연상케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2박3일간의 휴가 아닌 휴가로 인해 월요일에 아예 연차를 내고 출근하지 않는 동료들도 더러 눈에 띈다"고 귀띔했다.

노는 48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놀토증후군'에 시달리는 직장인도 많으며 일부 맞벌이 주부는 토요일 한낮을 '밀린 집안일 해결'에 투자하고 있다.

보험영업을 하는 송모(53·여·서구 평리동)씨는 "영업직으로서는 토요일이 노는 날이 되면서 실적이 줄고 있지만 맞벌이 주부로서는 토요일 오전을 벌 수 있어 청소, 빨래 등 밀린 집안일을 주로 하게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북대 노진철(사회학과) 교수는 "주2일 휴무로 자기 생활을 가지려는 경향이 늘어나는만큼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도 자연스레 생기는데 그로 인해 '주중 결혼' 같은 신풍속도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교수는 또 "남는 시간을 관광·유흥 등 소비에만 집중하다 보면 쉬는 시간에 대한 부담만 늘어나는데 정부와 지자체도 소비만 부추길 것이 아니라 제2의 생산성을 촉진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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