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모(50·대전 중구)씨는 지난 13일 오후 10년전부터 알고 지내던 백모(49·여·경남 창녕군)씨가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고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백씨가 운영하는 다방으로 찾아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임씨는 경찰조사에서 "오랫동안 정이 들었는데 일부러 피한다는 생각에 참을 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연인 또는 내연관계의 여성이 휴대폰으로 발신자번호를 미리 본 뒤 일부러 받지 않거나 특정번호를 수신 거부하고, 문자메시지를 무시하는 등 단지 '싫다'는 의사표시가 상대에게는 무시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져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 주 내연관계의 두 커플이 잇따라 대구 달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전모(52·대구 서구 원대동)씨는 내연녀 남모(38·달서구 용산동)씨가 수십차례 이상 전화를 했지만 받아주지 않자 집으로 찾아가 출근하려는 남씨를 인근으로 데려가 둔기로 목, 얼굴 등을 때려 부상을 입혔다.
불의의 봉변을 당한 남씨는 "몇차례 전화를 받지 않으면 더 이상 연락을 않을 줄 알았다"며 "차라리 대놓고 거절하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전씨는 "내가 인간말종이나 범죄자도 아닌데 왜 그런 방법으로 무시하느냐?"고 되받았다.
또 김모(49·북구 태전동)씨는 내연녀 강모(47·달서구 도원동)씨가 전화를 받아주지 않자 집으로 찾아가 출입문을 발로 차 부수고 '불 질러 태워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김씨는 "서로 좋아할 땐 전화온 걸 확인하면 늦게라도 전화를 해 줬는데 이젠 스토커로 여긴다"고 경찰조사에서 밝혔다.
남성이 피해자가 되는 사례도 적잖다. 지난달 27일 홍모(37.수성구 만촌동)씨는 애인(32)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고 가족까지 내팽개쳤으나 자신의 전화번호를 '수신거부'하고 나중에 번호까지 바꿔버리자 스스로 목숨을 끓으려 했다. 홍씨는 병원에서 "차라리 만나서 '널 이용한 것 뿐이니 꺼져라!'고 했으면 답답하진 않았을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회사원 오모(36.남구 대명동)씨는 만나는 여자마다 자신의 전화를 일부러 받지않고 문자를 보내도 감감무소식이자 우울증에 빠졌다. 오씨는 결혼적령기를 넘어선 나이에 여자들마다 휴대폰 연락조차 거부당하자 '여성기피증'마저 생길 정도. 그는 "당사자는 별생각없이 전화를 받지 않지만 연락하는 남성은 절망적인 기분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동서심리상담소 장혜경 상담원은 "불과 10년 사이에 휴대전화가 중요 통신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생겨난 병리현상"이라며 "여성은 손쉽게 거부의사를 표현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 남성은 그 자체를 모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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