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정제안…與 '벌집' 野 '담담'

노무현 대통령의 한나라당 주도 대연정 제안에 여야의 입장이 뒤바뀌었다. 대통령이 중대제안을 하면 이를 뒷받침할 여당은 담담해야 하고 야당은 혼란스러워야 정상인데 오히려 야당이 담담하고 여당은 벌집을 쑤셔놓은듯 대혼란에 빠진 것.

열린우리당은 거의 '아노미' 상황을 보이고 있다. 문희상 의장 등 당 지도부는 29일 고문단회의를 열어 대통령 구상을 뒷받침하는 모양새를 연출했지만 속내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개혁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은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할 생각이면 무엇 때문에 그 고생을 하면서 정권교체를 했느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당의 공식 채널도 거의 마비상황이다. 대변인실 등은 어떤 식으로 대통령 구상을 뒷받침해야 하는지 입장조차 제대로 정리를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진정성을 십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당과 전혀 조율이 안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불쑥 중대제안을 해버려 입장정리가 어렵다. 한 386 당직자는 "당직자로서 대통령의 생각을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되지만 너무 맹목적으로 따라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그 정도까지 생각하는지는 몰랐다"고 혼란스러워 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구상의 무게를 감안하면 공식회의라도 열어야 하지만 상상외로 조용했다. 이날 박근혜 대표 등 지도부는 공식회의조차 없이 통상적인 업무만 봤다. 전날 노 대통령의 연정제의를 받은 박 대표는 "연정에 대해서는 우리 입장이 다 나온 것 아니냐"며 무시해 버렸다. 강재섭 원내대표도 "나라가 어려운데 무슨 연정이냐"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 제안의 의도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노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내각제 개헌인 것 같다"면서 "연정 제의를 통해 한나라당내 내각제론자들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벌써 여권에서 한나라당 일부 세력에 연정과 관련한 협력을 제의를 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민노당과 민주당은 "차라리 한나라당과 합당을 하라"며 발끈했다. 민노당 심상정 수석부대표는 "연정론에 편집증적으로 매달리는 대통령 모습이 이제는 안쓰럽다"고 비난했고,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한나라당과) 노선도 같고 지역문제도 해결된다고 하는데 당장 동거라도 하라"며 일침을 놓았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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