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의 더위설에 대한 진위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체감상 근년 최강의 더위임에는 틀림없는 요즘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목덜미는 어느새 땀으로 흥건해져오고, 선풍기는 미지근한 숭늉 바람을 훅훅 불어댄다.
성능 좋은 에어컨조차 과로(?) 끝에 긴 혓바닥을 빼물고 헐떡이는 계절. 바야흐로 여름의 한 복판이다. 이 무더운 여름을 나는데는 무엇이 제격일까?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 발목만 담가도 소름이 오싹 돋는 계곡물, 한 바탕 땀을 흘리고 난 뒤 와삭 베어 무는 수박 한 조각. 좋다! 사람에게 저 마다의 인생이 있듯, 여름나기의 노하우 역시 각양각색.
그렇다면 과연 반상 19로 위를 외줄을 타듯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프로기사들은 어떨까? 아침 매미소리가 유난히도 우렁찼던 무더운 어느 날. 프로기사 10인의 여름나기 10색을 들어보았다.
▲ 이세돌 9단
'집이 제일 시원한데 어딜 나가냐'는 주의로 여름을 나고 있다. 술 잘 마시기로 소문난 그가 요즘 들어 거의 금주 수준의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이채.
참다 참다 너무 더우면 눈 속까지 얼어버릴 듯한 맥주 한 잔을 숨도 안 쉬고 들이킨다. 시원한 당구장을 찾아 당구 한 게임 즐기는 것도 이세돌이 좋아하는 피서법. 그의 당구 구력은 자칭 150이요, 타칭 250이라는데 ….
▲ 조훈현 9단
과거 황제들은 여름이면 별궁을 찾아 한가로이 여름을 났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들의 '바둑황제'는?
조훈현 9단은 자타가 공인하는 여행파. 올 여름도 집에 머물 시간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일단 전남 강진으로 시작해 중국리그 출전 차 중국에 갔다가, 돌아와서는 자녀들 방학이 끝나기 전에 전국 순회를 할 계획이다.
그 중간에는 중환배에 특별손님으로 초청되어 일주일 가량의 대만 체류도 포함되어 있다. 올 여름, 바둑황제 알현하기보다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게 다소 손쉬울 듯.
▲ 이창호 9단
마침 KBS 바둑왕전 대국이 있는 날이라 동생 이영호 씨와 통화를 가졌다. 대국이 잦은데다 시상식 등 일정이 많아 아직 전주 집에도 못 내려갔다고. 이창호 9단은 워낙 스케줄이 빡빡해 8월 일정 역시 그 때가 되어 봐야 잡을 수 있을 둥 말 둥 하다고 하니 과연 이창호는 이창호.
▲ 목진석 9단
요즘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중국리그 출전으로 잦은 외국생활을 하다 보니 몸이 약해졌단다. 그래서 두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으로 시작했고, 요즘은 아침과 저녁 두차례 헬스클럽을 찾는다.
그래도 더워 못 견디겠으면 도서관행을 감행한다. 학생도 아닌데 무슨 공부냐고? 모르는 소리. 프로기사라고 해서 바둑판만 들여다보며 살 수는 없는 일.
목진석 9단은 자신의 도서관행에 대해 '세상을 알아가는 공부'라고 평한다.
▲ 조한승 8단
'리틀조' 조한승 8단은 전형적인 '방콕파'.
'이 더운 데 어딜?' 하며 고개부터 절래절래 젓고 보는 그는 여름 한 철 동안은 웬만하면 집에서 나오지 않고 사는 것이 원칙이라고.
▲ 박지은 6단
집이 더운 편이란다. 그래서 집에 있기 보다는 한국기원이나 프로기사 연구실을 찾는다.
박지은 6단은 잘 알려진 운동광이다.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난 뒤의 청량감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박지은 6단이 요즘 매료당한 종목은 요가.
친구와 제주도로 자전거 하이킹을 떠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남자친구냐는 질문에는 대답해 주지 않았다.
▲ 김효정 2단
역시 이열치열! 무더위의 고비는 운동으로 넘는다. 다행인 것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더위를 잘 타지 않는 기특한(?) 체질이라는 점. 한동안 치다가 접었던 골프를 요즘 아버지와 함께 다시 시작했다는 소문이다.
▲ 한해원 2단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3학년에 재학 중인 한해원 2단은 학교 공부에다, 대국에다, 방송 활동으로 더울 틈조차 없다.
한2단이 고백하는 최고의 명당 피서지는 학교 도서관. 뭐니 뭐니 해도 학교 도서관이 지닌 최고의 미덕은 24시간 풀 개방이라는 점이다. 시험 공부하기에도, 피곤할 때 잠시 눈을 붙일 때도 도서관이 금메달이다.
▲ 김성룡 9단
집이 한국기원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까닭에 거의 매일 한국기원에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다. 한국기원 4층에 자리한 인터넷 대국실이 김성룡 9단의 '비공식 피서지'.
최근 가족 동반하여 프로기사 야유회를 속초로 다녀온 까닭에 올 여름 여행 계획은 전무하다고.
▲ 박정상 5단
요즘 대국이 많아 더운 줄도 모르고 산다고 은근히 자랑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 여름나기가 쉽지 않은 편인데, 여름이면 매우 즐기는 '특별식'이 있다고 슬쩍 귀띔한다. 그 특별식의 이름은 다름 아닌 팥빙수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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