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풍경의 발견

▨풍경의 발견/강영조 지음/효형출판 펴냄

'기암절경도 볼 줄 아는 안목이 없으면 하나의 바위에 불과하고 산 능성이 겹쳐지면서 멀리 깊어지는 심원의 산도 그저 중첩된 산 덩어리로 보일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풍경에도 들어맞는다.

'풍경의 발견'은 동아대 도시계획·조경학부 강영조 교수가 지난 2003년 펴낸 풍경미학 입문서 '풍경에 다가서기'에 이은 책이다. '풍경에 다가서기'가 풍경을 보는 이론을 소개한 것이라면 이 책은 직접 명풍경을 찾아 나선 결과물. 조망의 즐거움, 풍경의 표정, 사람의 풍경, 풍경의 노래, 풍경의 탄생 등 다섯 장으로 나눠 우리나라에서 이름난 명풍경 31곳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각 장의 시작 부분에 풍경 미학이론을 간략하게 설명해 풍경을 보는 안목을 길러 주고 있으며 그 풍경이 어디가 좋은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순서대로 서술한 글은 풍경이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저자는 덕유산 향적봉에서 바라본 조망의 비밀은 부각(俯角), 즉 시야가 한꺼번에 트이는 '폐쇄와 원망의 분극화'에 있고 부산 해운대 해변은 멀어지면서 급하게 꺾이는 '형의 투시적 압축' 때문에 대한팔경의 하나로 꼽힌다고 설명한다.

명풍경은 그것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이 묶일 때 하나의 풍경이 된다. 남해 금산을 그냥 금산이라 부르면 안되는 이유는 내륙의 금산과 구별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반드시 남해라는 풍경과 함께 보아야 하기 때문. 매화 향기 가득한 섬진 마을이 강 풍경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까닭에 섬진강은 이른 봄에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에게 풍경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발견하고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언양 작천정은 꽃구경으로 한자리에 모인 이들이 꽃나무와 어우러질때 명풍경으로 완성되며, 울릉팔경의 하나인 저동어화(苧洞漁火)는 오징어잡이 배가 만들어낸 풍경이다. 삼재의 풍토를 딛고 살아가는 제주도 사람들의 삶 자체가 풍경이며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 논은 자연과 공생하는 사람들이 만든 풍경의 민예품으로 인정받을 만한 가치를 갖고 있다.

또 풍경은 후세에 물려 주어야 할 귀중한 자산이며 우리 겨레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대상이다.

저자는 운주사 천불천탑과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옛 사람들의 풍경관과 풍류를 발견하고, 이효석이 '돌을 집어 던지면 깨금알 같이 오도독 깨어질 듯한 맑은 하늘, 물고기 등같이 푸르다'고 말한 파란 하늘을 영월 동강에서 만난다. 그가 만난 풍경들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꿰뚫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혹은 앞으로 계속 만들고 발견해야 하는 소중한 대상이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