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55㎝ 사랑이 있다/윤선아 지음/좋은생각 펴냄
'엄지공주' 윤선아(26)씨가 처음 히말라야를 등반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모두 말렸다. 성치도 못한 몸으로 일반인들도 어렵다는 히말라야 등반을 어떻게 하겠냐는 것이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계란껍질처럼 뼈가 쉽게 부서지는 '골형성부전증'이라는 희귀병을 앓아 키가 120㎝에 불과하다. 재채기를 하다가도 뼈가 으스러지고 전화벨 소리에도 소스라쳐 놀라 넘어지기도 할 정도로 약하디 약한 그였다.
하지만 그의 곁을 지킨 사람은 남편 변희철(26)씨. 윤씨가 진행하던 인터넷 라디오방송의 청취자였던 변씨는 2001년 팬으로 윤씨와 처음 인연이 맺어졌다. 처음엔 윤씨의 장애를 알지 못했던 변씨는 인터넷을 통해 사랑을 키워오다가 2003년 말 처음 윤씨를 대면했다. 장애인이란 사실에 깜짝 놀라긴 했지만 그동안 키워온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윤씨에 대한 감정이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라 사랑이었기 때문. 오히려 175㎝인 자신의 키가 너무 크다는 둥, 밥을 너무 많이 먹고 자랐다는 둥 엉거주춤 윤씨의 키에 맞추기 바쁘다. 사랑의 힘은 이렇게 서로의 부족한 점까지 메워줄 수 있을 만큼 큰 것이다. 큰 산 같은 사람인 남편 변씨와 함께 엄지공주 윤씨는 히말라야 등정을 무사히 마쳤을 뿐 아니라 히말라야에서 결혼식까지 치렀다.
이 책에서 그는 행복의 이면에 가로놓인 '이 땅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끝이 없는 길을 가는 것과 같고 찔리고 또 찔려 피투성이가 되는 가시밭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고 고백한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모를거다. 이 세상 살면서 죽는 날까지 한번도 못 걸어보고 못 뛰어보고, 키가 자라지도 못하고 도도하게 살아볼 수 없다는 것. 너무도 억울하다. 살찐거 고민하고 쌍꺼풀이 없는 눈을 고민하는 비장애인들은 절대 모를 것이다."
우리나라 4천만 국민 중 장애인은 무려 450만명. 가족까지 포함하면 1천만명이 훨씬 넘는 사람이 장애로 인해 고통받고 있지만 아직 장애는 사회의 그늘이자 개인의 아픔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윤씨는 단 5분만이라도 두 발로 당당히 걸어보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랑. 이 책에서 '내게 비장애인의 삶과 남편의 사랑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남편을 택할 것'이라고 말한다. 부부는 키가 같다. 남편이 윤씨에게 준 55㎝ 길이의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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