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막의 꽃

사막의 꽃/와리스 디리 지음/섬앤섬 펴냄

'아프리카의 한 소녀가 낙타 몇 마리에 팔려 노인과 결혼해야 할 처지가 됐다. 새 신랑이 언제 자신을 데리러 올지 모르는 상황. 소녀는 어느 날 새벽 아버지 몰래 집을 나섰다. 그냥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 뿐. 소녀에게는 아무런 미래도 계획도 없었다.'

세계적인 슈퍼모델에 이어 유엔 특별인권대사가 되기까지 험난한 삶을 살아온 아프리카 유목민 소녀 와리스 다리. 이 책은 그녀의 삶과 꿈을 담은 자서전이다. 그녀의 새로운 삶은 이렇듯 관습과 전통으로부터의 탈출로 시작됐다.

와리스는 아프리카 소말리아 말로 '사막의 꽃'이라는 뜻. 버림 받은 땅 사막에도 어김 없이 꽃은 핀다. 여려 보이는 식물들의 놀라운 생명력은 사막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이 책의 주인공 와리스에게서 그 놀라운 아프리카의 생명력을 확인한다. 와리스는 그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결코 주저앉거나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물과 풀을 찾아 끝없이 대지를 떠도는 유목 생활을 통해 그녀가 체득한 것은 그래도 걸어야 한다는 것,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삶은 그녀에게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와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태어났다. 정규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변변한 옷을 입어 본 적도, 신발 한 번 신어 본 적도 없다. 그저 맨발로 초원을 뛰어 다니던 기억이 전부다. 하지만 그녀는 모가디슈와 런던의 밑바닥 가정부 생활을 거쳐 패션계의 화려한 무대 위에 우뚝 서있다.

와리스는 마치 명랑만화의 주인공같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칠줄 모르는 열정과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다. 해도해도 너무하다 싶은 운명의 짓궂은 장난을 통쾌하게 받아들인다. 진심으로 원하던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고 속상해 하거나 좋아하는 디자이너에게 거부당했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는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와리스가 주저앉아 낙담하는 구절은 이 책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와리스의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또 다른 희망이 된다.

이 책에서 그녀는 속삭이고 있다. "포기하지 말아요,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니까!"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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