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살면서 맨발로 땅을 디뎌보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공원 산책로라고 해봐야 고작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인도블록이 고작이니 말이다. 강변을 따라 철마다 꽃이 피고, 옆으로 고운 흙이 깔려있는 30리 길. 대구에 그런 길이 어디 있느냐고? 멀지 않다. 공짜로 발 마사지하면서 강따라 불어오는 밤바람도 만끽할 수 있는 곳. 운동화 끈부터 풀자.
신천대로를 따라 팔달교 쪽으로 가다보면 오른편에 금호강이 흐른다. 금호강 건너편 둔치에 빼곡히 들어선 비닐하우스는 오며 가며 수없이 봤지만 정작 반대편, 그러니까 신천대로쪽 둔치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오늘의 목적지 '금호강 자전거길'이 보일듯 말듯 숨어 있다. 그렇다고 신천대로변에 차를 세우고 둔치 아래로 무작정 내려갈 수는 없는 노릇.
자전거길을 찾아가려면 우선 북구 3공단 쪽으로 가야한다. 노원네거리도 좋고, 공단은행네거리도 좋다. 이왕이면 주차장이 넓은 노곡교쪽, 즉 공단은행네거리를 통해 자전거길로 가면 훨씬 편리하다. 서대구고속터미널이 있는 만평네거리에서 3공단 쪽으로 가다가 세번째 교차로(오른쪽 모퉁이에 대구은행이 보인다)에서 좌회전하면 노곡교로 갈 수 있다. 노곡교를 건너기 직전 오른쪽으로 난 출구를 따라가면 바로 옆에 주차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밖에 종합유통단지나 검단동 금호제2교 쪽으로 찾아올 수도 있다. 자세한 출입로는 북구청 홈페이지(www.buk.daegu.kr)에서 북구가이드/관광명소를 클릭하면 찾을 수 있다.
자전거길은 팔달교부터 노곡교-조야교-서변대교-무태교-산격대교-금호제1교-금호제2교까지 10km 구간에 걸쳐있다. 자전거를 타면 그리 멀지 않지만 걷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게다가 주차해 둔 곳까지 돌아오는 걸 감안하면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을 듯. 자전거길 주변에는 매점이나 물을 마실 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미리 간식이나 음료수를 준비해야 한다. 자전거길이지만 맨발걷기를 추천하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 우선 어린이용 자전거라면 모를까 성인용 자전거를 이곳까지 가져오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맨발로 흙길을 걸어보겠는가.
이곳에 깔려있는 흙은 '마사토'.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흙보다 입자가 굵다. 약간 굵은 모래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듯.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세균이 거의 없어 종자 파종에 사용하고 물빠짐도 좋아서 흙갈이때 많이 쓴다고 한다. 처음에는 조금 아플 수도 있지만 너무 부드러운 흙보다는 지압에 좋다고 한다. 하지만 극기훈련도 아닌데 너무 먼 거리를 걷는 것은 삼가야 한다. 맨발로 흙을 밟아본다는 느낌을 살릴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할 듯.
맨발로 걸으면 약 7천 개의 신경이 집중돼 있는 발의 반사점을 자극, 몸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몸을 이완시켜준다고 한다. 땅에 있는 모래나 작은 돌이 발바닥을 고르게 누르는 지압 효과가 있다는 것.
또 장자(莊子)에 '至人之息以踵 衆人之息以喉'(지인지식이종 중인지식이후)라는 구절이 있다. 쉽게 풀어보자면, 도를 깨친 사람은 발꿈치로 숨을 쉬고, 평범한 사람은 목으로 숨을 쉰다는 뜻이다. 장자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맨발 예찬론자들은 '생명의 근원인 땅의 기운을 발이 끌어들인다'고 풀이한다.
지금 팔달교부터 서변대교 부근까지 해바라기가 한창이다. 더위에 지쳐 고개를 푹 숙인 채 잎사귀도 다소 지쳐있지만 지천에 깔린 해바라기를 보며 산책하는 재미는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다. 매일 이곳을 찾는다는 주부 이윤주(52·북구 팔달동)씨는 "계절마다 유채, 해바라기, 메밀꽃이 피어 색다른 분위기"라며 "이런 산책길이 곁에 있다는 게 행운"이라고 했다. 대학 후배 2명과 자전거 전국 여행을 다니는 길승진(23·충남 천안)씨는 "도시 한가운데 꽃이 어우러진 자전거길이 있다는 게 놀랍고, 길이가 10km에 된다는 점에 다시 놀랐다"며 "대구 금호강 자전거길은 이번 여행에서 잊지못할 추억거리"라고 했다.
아울러 노곡교 옆과 검단동 쪽 자전거길 옆에는 다목적 운동장도 조성돼 있다. 자녀들과 함께 공차기를 해도 좋고 원반던지기를 하기에도 그만이다. 다만 무태교 아래에는 낚시꾼들이 어질러놓은 타다 남은 쓰레기와 그을음이 가득하다. 금호강 자전거길 '옥에 티'인 셈이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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